왕들의 부부싸움 - 조선의 운명을 결정한
이성주 지음 / 애플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왕들의 부부싸움. 제목만으로도 자못 그 내용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조선시대에 과연 부부싸움이라는 것이 가능했을까? 아무리 왕비, 즉 중전이라고 하더라도 사극에서 봐왔듯이 왕과 왕비는 부부임에도 그들은 동등한 위치가 아니다. 유교적인 예교인 칠거지악이 널리 퍼져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왕들의 부부싸움이라니, 대체 어떤 이야기 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국혼. 왕실의 혼인이기에 그 안에는 단순히 한 남자와 여자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정의 탄생만이 아니라 그 안에는 수 많은 알력과 정치적인 염원이 담겨 있다. 지금으로 치자면 기업과 기업간의 인수 합병보다도 훨씬 복잡하고도 치열했으며 권력 앞에서 마리오네트가 되어버리는 인간의 욕망과도 마주할 수 있었다.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왕들의 부부싸움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한 국가의 왕과 왕비라는 신분 상의 위치도 있었겠지만 그 안의 알력 관계뿐만 아니라 그 다음 왕권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한 마디로 조선을 뒤흔들만한 싸움인 것이다.

 조선 27대 왕들 중에 이 책 안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것은 7명의 왕들이었는데, 그간 내가 알아왔던 그들과는 또 다른 이면의 모습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이후 세대들에게 어떤 식으로 되 물림 되어 가는지, 비단 그 다음이 아니라 현재 어떠한 정세로 판이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지금 이 조선이라는 당시에 주사위를 들고 이 판을 돌리는 자가 누구인지가 한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 법이라고 하던 그들만의 냉철하고 또한 살아 남기 위해 그들 스스로 냉혈안일 수 밖에 없었다던 그 당시의 왕들을 보노라면 수신제가평천하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사에 있어 만약에라는 말은 통하지 않겠지만, 그 때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또 다른 왕들의 이야기로 집필되어 있었을 것이다. 권력 앞에서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으니 말이다.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배우다 보면 유교 사상에 입각한 칠거지악이 떠오른다. 여인의 덕목 중 하나인 투기하지 말 것. 과연 나의 배우자가 또 다른 배우자를 들여 한 지붕 안에 사는 것을 보여 어느 여자가 질투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소냐 싶지만, 그 당시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외척 발호를 누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를 법제화 한 것이 바로 나쁜 남자로 일컬어지는 태종이다. 자신의 부인, 원경왕후와 외척이 이방원을 태종으로 올리는 큰 공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왕이 된 이후 태종의 입장에서는 중전인 원경왕후와 그녀의 집안은 태종의 나라를 만드는데 있어 부담스러운 존재들일 뿐이다. 그리하여 태종은 권력을 잡은 이후 후궁을 맞이하는 제도를 들여 중전만의 내명부가 되지 않게 미리 손을 썼으며 뿐만 아니라 중전의 집안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있지만 그 권력은 오롯이 자신의 손 안에만 있기를 바란 것이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피도 눈물도 없는 현장은 조선시대에도 있던 것이다.

 태종과 원경왕후 사이의 충녕대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손 꼽히는 세종대왕은 이들의 사이에서 불안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 당시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혹은 태종의 삐뚤어진 영향 때문인지 세종의 집권 시기에도 아버지인 태종의 집권이 다시 되풀이 되는 듯한 부분들이 있다. 즉 세종의 부인이었던 소헌왕후는 그녀의 아버지는 누명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노예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는, 자신의 어머니였던 원경왕후의 삶을 고스란히 그의 부인인 소헌왕후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자를 너무 멀리해서 문제였던 단종의 이야기와 너무 가까이해서도 문제였던 성종부터 중종, 선조, 숙종까지. 왕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감내해야만 했던 수 많은 이들의 피의 아우성과 권력 앞에서는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냉혈한 모습들도 보여진다.

이미 조선의 역사는 막을 내렸지만 이 안의 이야기는 조선시대에서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단순한 칼로 물 베기가 아닌 그 안에 수 많은 고통이 있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운 만큼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의 피 바람 가득한 수레바퀴가 요동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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