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카페
카시와기 타마키 지음, 김성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카페란 곳을 처음 발을 들인 때는 고등학생 때였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갔던 그 자리에서 나는 음료수만 덩그러니 시켜놓고 있었는데 그 때의 그 장소는 아직까지고 새 하얀 눈처럼 포근함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남자친구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의 깨알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위해, 요새는 나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위해서 찾는 카페를 그녀들은 그녀만의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들만의 맛있는 음식이 있는 카페, 민가를 개조한 이색적인 카페, 그녀들만의 크기를 자랑하는 카페, 개성 넘치는 카페라는 4가지의 테마로 가득한 책 안에는 수 많은 카페가 가득 자리잡고 있다. 예쁘고도 아기자기한 그 카페들을 책으로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쉬운 첫 번째였다면 두번째는 이 모든 카페가 일본에 자리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디든 가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내게 이 책은 너무나도 가혹하게 사진과 글의 유혹이 넘실대고 있었다.



오븐이 열리는 순간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는 그 찰나가 너무 행복해서 매일 해야겠다는 결심이 현실로 이뤄지며 그녀들은 오늘 하루도 고소하고 건강한 빵을 굽고 있었다. 또 어느 한 엔티크 가구가 가득한 카페는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담스럽게 꾸며놓았는데 그 곳의 주 메뉴인 핫케이크로 인해 초반에는 아이들로 북적이는 카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가 원하는, 쉬어갈 수 있는 카페로 거듭나기 위해 그녀는 12세 이하 출입금지라는 최후의 비책을 내놓게 된다. 위험하고도 대담한 선택을 한 그녀의 결심대로 카페는 폭신한 핫케이크처럼 아늑하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지금 보기에는 알록달록하고 귀엽게 자리 잡은 식기구나 그릇들은, 그녀가 처음 이러한 인테리어를 원했을 때 원했을 때는 모두들이상해라는 말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한다. 웬만해서는 수납 공간은 보이지 않게 하고 자칫 너저분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은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모든 것들이보이는수납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보이는 수납이 또 다른 인테리어처럼 보이는 것도 그녀 나름대로의 노력이 묻어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본다.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그녀의 노력이 오늘의 카페를 만들어 냈으리라.


여러 곳의 카페를 만나던 중폴라노 광장이라는 카페가 유독 마음을 끌었다. 카페라기 보다는 어느 시장의 한 켠을 보는 듯한 이 카페는 그녀가 직접 기른 채소와 천연 효모빵이 가득 자리잡고 있다. 주변 농가에서 수확한 채소들이 가득하고 그 안에 갓 구워낸 빵의 달콤함까지. 시장 구경이라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좋아하고 25년 간의 빵집 딸을 청산하고 나서 이제서야 빵에 마음이 끌리는 나에게는 둘도 없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언뜻 보면 대중목욕탕 같은 느낌이 드는 카페. 샤워 시설을 가지고 있는 건강과 꿈을 지원하는 카페이다. 먹는 것과 달리는 것이 좋다는 주인장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결합시킴으로써 탄생하게 된 이색적인 공간으로 러닝을 하고 나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마시는 한 잔의 차의 여유. 아마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리라. 카페의 주인인 히라바야시 히로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녀들에게 꼭 필요한 장소를 마련해 냈다.




손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맛있는 피자 버스에서부터 일주일에 단 하루만 여는 카페까지.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그녀들만의 공간이 있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내 방 한 켠이 아닌 무언가 다르면서도 나만을 위한 그런 장소 말이다. 이 책 안의 수 많은 카페들이 실제 존재 한다는 것과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러한 카페를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안도감이 든다. 실제 이 책 안에 그녀들은 카페를 시작하기 전부터 오픈 하고 난 뒤 현재까지의 상황을 모두 알려주고 있어 새로이 카페를 열고 싶은 또 다른 그녀들과 그 곳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또 다른 그녀들 모두에게 꽤 유용한 지침서 일 듯 하다. 물론 일본이라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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