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 50cc 스쿠터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다
권준오 글 사진 / 문학세계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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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사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여행에 관한 책자를 보면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진 것으로 그 안의 사진들을 통해 이 여행의 발자취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지 속의 주인공은 이 유라시아를 횡단한 장본인으로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사람처럼 변화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 공간 안에 딱 맞게 맞추어 변신하는 듯한 그를 보면서 젊은 나이에 이런 패기와 열정만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그가 부럽기도 하면서도 시샘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스쿠터로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을 보며 그래도 일반 배낭 여행보다는 좀 더 수월하겠지 그리고 왠지 그에게는 금전적인 구속이 없이 이 젊은 나이에 훌쩍 떠났다는 사실에 배알이 뒤틀리기도 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기에는 힘든 여건 속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났을 때는 나는 달려가서 그의 어깨라도 다독여 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항상 밝게 웃고만 있어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그의 힘든 상황들을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치부한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는 이 여행을 통해서 성장했을 것이고 나는 그의 여행을 통해서 인생을 다시금 배운 느낌이다.



언제 이렇게 파란 하늘을 마음껏 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비몽사몽하며 회사로 출근하여 점심시간에도 시간 내에 이동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하늘을 한 번 쳐다보는 일 조차도 쉽지가 않다.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그의 여행이 벌써부터 부러워졌다. 나침반과 지도 한 장 달랑 들고서 스쿠터를 타고 홀로 떠나는 여행. 28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국내 여행을 떠나면서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철저하게 계획했던 내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지인의 말처럼 나는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과 같이 철저히 정해진 틀 속에서만 움직였다면 그는 전반적인 큰 틀 안에서 무한히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부터 자정이 될 때까지 그는 근 2년동안 쉼 없이 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일을 했다고 한다. 대학생 때 유럽 여행가는 친구들을 보며 마냥 부러워만 하면서도 실제 그 곳으로 가기 위해 아무런 노력은 하지 않고 동경하던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에게 너무나도 달콤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지기에 그 간의 땀방울이 이렇게 그를 위로해 주는 듯 했다. 뜻하지 않게 여기 저기서 만나게 되는 따스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보면서 그가 가는 곳 어디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정겨움이 느껴졌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도 바디랭귀지로도 이미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들의 보며 그 간의 여행에서 나는 너무 마음을 닫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사진 속의 그들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다. 매일은 아둥바둥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는 볼 수 없는 그 한산하지만 쓸쓸하지 않고 유쾌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절경이 많다고는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는 그러한 여유를 만끽할 만한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그들의 일상이 내겐 너무나도 갖고 싶은 하루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그들에겐 이미 평범한 하루이기에 별 다른 감흥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일까? 사진을 보는 내내 궁금해졌다. 그리고 정말 미친 척 떠나고 싶어졌다.


터키의 중부에 있는 카파도키아. 이 곳은 만화 스머프와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곳이라 하기에는 그 형태며 크기가 너무나도 웅대하고 장관을 이루었으며 버섯 모양 같기도 한 것들이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니. 시간과 자연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서 만난 터키인과의 토론도 인상 깊었는데 이슬람 문화에 대한 견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핏빛 전쟁을 일으키고 남녀차별의 근원이 되고 있는 이슬람 문화는 터키를 이 만큼 성장시킨 성장 동력이기도 하단다. 아이러니한 그 현상을 나름대로 꿰뚫어 보고자 하는 그 시간 속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두바이하면 7성급 호텔이 떠오른다. 고급스런 휴양지와 평온한 그림들만 상상했었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삶이 존재하고 있었다. 온 몸이 타 들어 가는 듯한 뜨거운 열기 속에 건물과 건물은 내부의 연결 통로로 이어져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원한 공기 위를 사뿐히 거닐고 있다.  그 창 너머로 인근의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이 시스템들은 계속 거미줄마냥 연결하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빈익빈 부익부의 현장이었다. 자본주의의 논리 아래 당연한 그림이라 하기엔 뭔가 씁쓸함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갔던 곳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가본 곳이어서 그런지 인도가 가장 기억에 남기는 하다. 아니면 그에게 가장 슬픈 도시였기에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갠지스 강에 다다랐을 때 그곳은 그들의 삶터이자 놀이터였다. 산 사람에게 갠지스 강은 성스러운 강으로서 이 강물에 목욕을 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었고, 죽은 자들에게는 이 강물에 뼛가루를 흘려 보내면 극락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믿었다.

모든 것이 힘든 상황을 감내하고 떠나온 여행이었지만 그는 이 곳에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더군다나 비자 문제로 삼일장 내에 한국에는 돌아갈 수도 없이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는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중학교 이후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그는 이 곳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언젠가 아버지를 찾아가 울겠다고 다짐을 하며 다시 길을 떠난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수 많은 풍경을 만나는 동안 스쿠터와 함께 출발한 여행에서 배낭 하나만 고스란히 되돌아 오게 된다. 모두들 스펙을 쌓기 위해서,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고군분투할 때 그는 혼자 홀연히 떠났다. 공부로서 자기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한 그들이나 미친 척 혼자 떠나 세상을 누비다 온 그나 누가 더 잘하고 바른 선택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와 같은 기회가 왔어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수 많은 제약에 발목 잡혀 그냥 오늘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똘끼가 존경스럽다. 단순히 미치고 허망한 것을 좇는 것이 아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크게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 이런 미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이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잃은 것도 많다. 이 여행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는 없을지언정 내가 살아가면서 겪을 아픔을 이겨내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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