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 도대체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시인의 사랑 편지
최원석 지음 / 에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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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얼마나 달달하고 결정적인 한 마디인가. 여자라면 한 번쯤은 이 상황 속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봤을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그 순간, 그래 나는 그 순간을 평생 꿈꿔왔고 지금고 꿈꾸고 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에 함께 하고 싶었다. 언젠가 이러한 날이 나에게도 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그 시간에 대한 상상 속에 부풀어 책을 펼쳤다.

 누군가의 연애 편지를 읽는 다는 것이 타인의 허락하에 이루워지는, 정당한 것이라는 것에 설레였는지도 모르겠다. 관음이 아닌 당당하게 볼 수 있다는 그 호기심에 한 장 한 장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사실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점차 신비감이 사라지고 멀어지고 싶은 느낌이었다.

 한 여자를 향한 오롯한 사랑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다가왔고,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만의 공간 속에 침입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나는 그들의 시간 속에 함께 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배회하는 인공위성 같은 처지가 된 듯 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스토리는 여전히 그들 만의 것이었고 내가 스며드는 부분이 없었다. 내가 이토록이나 차디찬 감성을 가진 것인가 란 고민에도 빠져 보았다만, 글쎄. 결론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그리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교집합의 그늘이 없었기에 라는 씁쓸한 변명만은 남기기만 한다.

 누렇게 변질되어 버린 오래된 편지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들의 너무나 한결같은 러브스토리가 진부하게

만 느껴졌다. 한 인간이 아닌 마치 신에게 고하는 고해 성사와 같은 투영한 그의 글을 읽는 동안 감동이라기 보다는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속에 읽는 동안의 시간이 너무 더디게만 느껴졌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청혼에 YES라 당당히 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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