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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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또 다른 내가 꾸는 꿈일까, 아니면 차원이 높은 곳에 있는 어떤 존재가 설정해놓은 시뮬레이션대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개미에게 인간 세상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인 것처럼 우리 인간이 역시 마찬가지로 전혀 인식할 수 없는 거시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현미경이나 천체망원경 기술이 발달될수록 더욱더 작은 세계, 더욱더 거대한 우주가 발견되고 있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는만큼 또 보편화되고 있음에 따라서, 예전에는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사람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단계를 넘어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무선 통신 기술로 인해 전세계의 시차가 거의 없어진 것처럼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인간의 마음과 마음도 다이렉트로 소통을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나아가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영혼의 만남 같은 것도 터무니 없는 망상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진 실현 가능한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바로 이런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조금씩 기술로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미스터리와 SF적인 요소를 혼합하여 풀어내고 있다. 소설 속에는 SC 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 혼수상태의 환자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센싱'이라는 기술이 등장하는데 작품이 진행될수록 이 기술은 의식의 교환이나 죽은 사람의 혼이 이동하는 빙의 상태와 비슷한 상황까지 일어나게 한다.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에서 의식을 되찾는 등장인물은 깨어난 그 상황 역시 또 하나의 가상의 상황임을 인식하고 다시 깨어나는 식의, 원래의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지고 생각이나 상상 속에서 설정된 상황만이 서로 엮이고 엮여 무엇이 진짜인지를 파악할 수 없게 한다. 후반부에 가서야 왜 주인공이 그토록 복잡한 의식 세계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꿈, 혹은 상상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원본이 없는 세계, 복제된 의식과 존재만이 서로 뒤섞여 있는 것이 세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이,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잘 구현된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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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의 뇌구조 - 마교수의 위험한 철학수업
마광수 지음 / 오늘의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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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지나치다 싶을 수도 있는 마광수 교수님의 성을 중심으로 한 담론과 예술관은 사실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전에는 미처 상상할 수도 없는, 아니 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역사의 이면에 감춰놓은 또 다른 얼굴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별날 것도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본인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사람도 있다고 인정하면 그뿐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한국사회, 혹은 한국사회를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고 싶은 어떤 무리들이 마 교수님을 희생양 삼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뒤에 숨어 온갖 파렴치하고 더러운 짓은 다하고 있을 것인지도. 그런 점에서 보면 마 교수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신념이 강할수록 그것은 더욱 이용가치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추측도 불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 마 교수님의 이론이나 성 담론들이 이제는 더 이상 화제가 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할 수는 있어도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대중들이 그만큼 성이나 삶에 대해 개방적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더욱 더 자유로운 자유와 자율을 위해서 계속 글을 써 나가실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칭송하고 제대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다 그러니까 나도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여겨지는 작가들이나 작품들에 대해 쓴소리, 혹은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는 마 교수님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이를테면 톨스토이나 조정래, 박경리 작가님 같은 분들의 글을 나름대로 설교 이상의 것으로 평가하지 않는 그런 것? 다양한 관점과 생각이 부족한 세상이니 최소한 재미있지는 않은가? 마 교수님의 생각과 삶이 보편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솔직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솔직해졌을 때 불어닥칠 후폭풍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많은 신진 작가들이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 미치는 여파가 미미한 것으로 봤을 때 한 시절을 시끄럽게 했던 마 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쉽게 다시 세상에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치부는 그만큼 더 견고한 방어막을 갖고 더 썩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할까? 드러낼수록 더 깨끗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언제 입증해보일 수 있을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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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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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 같은 생태시스템을 보면 그 조화로움과 질서정연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숲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요소들 - 땅, 나무, 꽃 등을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동식물들이 존재들이 펼치는 향연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물론 인간의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기쁨과 슬픔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들이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면서 초래된 비극들을 생각해본다면, 만약 있을지도 모를 그들의 아픔과 고통은 차라리 진정으로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아마존의 밀림, 유럽과 미국에 있는 거대한 산맥들, 광대한 바다 속 미지의 세계들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역시 하나의 멋진 세계로 운영하는데 뛰어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간들이 지식과 이성, 힘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과 기술발전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받는 편리함이나 새로운 기쁨들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여유가 없어지고 감성이 건조해지고 있으며,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병들이 자꾸 생기는 것 등이 대표적인 증상일 것이다. 발전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현명한 절제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성장과 이익증대를 외치며 달려온 인류는 지금이라도 자제심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때에야말로 앞서 언급한 생태시스템을 인류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리더가 무너졌을 때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지금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아닌, 자연의 각 요소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 자체로 서로를 살리면서 전체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장점을 적극 배워야 한다. 


   가축을 이용해 농사를 짓다가 트랙터를 사용하면서 땅에 대한 애정이 오히려 줄어들더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삼림지대를 철저히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미래 세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는 공멸이 필연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언제까지 버텨줄지도 의문이다. 최근 각종 이상기후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확실히 과거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이제는 인류가 좀더 겸손한 마음으로 인간의 무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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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창용 외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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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참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어떤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본래 재미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지루하고 하품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말솜씨의 좋고 나쁨으로 보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잘 생각해보면 어떤 주제나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화'하는 능력의 차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기승전결이 있도록 전달하는 능력, 그리고 거기에 의미까지 부여하는 능력.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되고 또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이 이 능력이라는 것, 요즘 미디어에서 부쩍 많이 다뤄지고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교육방송에서 다큐로 다뤄진 내용을 다시 한 번 책으로 정리해서 펴낸 것인데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모든 일과 관련하여 진로를 꿈꾸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를 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는 부분부터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인지 구조적으로 분석해보고 있으며 최근 들어 부쩍 부각되고 있는 산업적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까지 조명하고 있어 이야기에 관한 다채로운 지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점에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 만큼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뒤집고 비틀어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로 하여금 사람에게 꿈을 주고 살아가는 이유까지 제공하는 이야기의 매력. 삶이 건조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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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는 언어의 재앙일까? 진화일까?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주희 옮김 / 알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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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친구들이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소통의 방식이 점점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라는 앱의 대인기로 인해 문자메시지를 통한 소통은 거의 사람들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태생적인 장치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문자메시지가 오늘날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다양한 배경을 탐구하는 이 책에는 일본과 중국의 부분적인 사례만 제외하면 주로 서구언어의 사례 중심으로 되어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 어떤 도구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쓰는 사람에 따라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도 그런 범주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언어를 파괴하고 글 쓰는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새로운 언어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형성하게 될 지는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접한 다음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나서도 좀더 늦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논의에 적극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나같이 둔감한 사람도 피부로 느낄만큼 통신기술이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힘이 보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시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말과 문자를 중심으로 한 이런 종류의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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