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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기억에 남는 한 사람.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당신이 있었기에 내 삶이, 마음이 가난하지 않고 풍요롭게 살 수 있었다고, 그래서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 여러분에게는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저의 삶에는 그런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기분좋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다 별로였던 것인지, 나의 마음이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길 없지만, 김려령의 소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은 한편, 제 마음은 굉장히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아내를 잃고 더욱 소중히 키워오던 쌍둥이마저 교통사고로 잃은 건널목 아저씨는 더이상 그런 불행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횡단보도 그림을 그린 카펫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대에 나타나 카펫을 깔고 교통정리를 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아파트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되어 빈 경비실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그 아파트 단지는 더욱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갑니다.
소설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햇병아리 작가가 부업 삼아 시작한 '이야기 듣기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지어낸 이야기인지, 실화인지 아리송하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자신과 가족들의 마음 속에 고이 간직되어 온, 그러나 한 번 쯤은 제대로 풀어내어 정리할 필요가 있는 가족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순수하고 애정, 배려가 가득한 이정표 같은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득이'를 재미있게 본 독자분들이라면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김려령 작가의 글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은 과연 살면서 누군가의 건널목 아저씨가 한 번이라도 되어줄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