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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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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의 붕괴,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파선에 의한 금융 위기와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세계 전반의 재정 문제로 인한 금융 위기까지... 2000년 이후로 서구 사회가 보여준 모습에서 더 이상 그 이전처럼 세계 경제와 문화를 주도하는 자신만만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당장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들로부터 태동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대안과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증거일 것이다.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은 중세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 사회의 강력한 체제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이제는 그 패권이 다른 문화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는 시점에 그들의 관점에서 서구사회가 어떻게 지난 500년 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이라는 요인으로 나누어 돌아보고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다가올 미래에 과연 중국이 진정한 패권을 차지할지, 아니면 이슬람 문명의 약진이 전 지구를 휩쓸지 궁금해진다.
저자의 주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사에 대한 오늘날 사람들의 인식과 지식이 너무나 부족해진 데서 오는 안타까움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살펴보는 작업이 소홀해지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총체적인 위기의 상황 앞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소비되고 잊혀지는 인스턴트성 지식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오늘날 부족한 것을 채우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보다 더 넓고 깊은 시각을 지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