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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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 날씨, 종교 등의 이유로 외부세계와 대체로 차단된 역사를 가진 부탄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낯선 사고와 생활 방식을 지켜왔던 나라이다. 부탄의 이러한 사정을 읽으면서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해주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한국전쟁 당시 그의 조부모님들은 산속 깊은 아주 외진 마을에 살고 계셨던 관계로 그 처참한 역사의 순간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그 시기를 지나오셨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곳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자연적인 고립으로 인해 생겨난 국지적 문화는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현명한 군주의 국가 운영 철학으로 인해 이제 부탄도 민주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소모적이고 탐욕을 부르는 민주주의는 아니다. '국민행복지수'라는 단순한 측정이 어려운 가치체계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과 사상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의 장점을 결합시키려는 시도 같다. 경제발전에 기초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나라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사태를 지켜보면서 부탄 같은 나라가 가까운 미래에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일과 시간에 대한 관념이 매우 유연하고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를 잊지 않기 위해 언제나 애쓰면서도 특유의 평화로움과 여유로운 자세를 유지하는 부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 린다 리밍이 얘기하는 것처럼 나에게 있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의 길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외부에서 결정지어준 몇 가지의 삶의 틀을 답답하게 고민하다 마지못해 선택하는 인생을 살지,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참다운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지, 이젠 정말 선택의 갈림길이다. 그래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부탄 같은 나라에 있든, 한국 같은 나라에 있든 정말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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