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자극적 내용의 문화컨텐츠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반대로 잔잔하고 차분한 표현과 스토리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큰 감동과 재미, 의미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처음 접한 이 작품은 확실히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정서와 메시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과 성품을 등장인물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정말 부러웠다.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어린 시절 부모님의 뒷모습에서 느낀 그 당시에는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늘,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들, 스쳐지나가는 만남이었음에도 오래도록 작가의 마음을 울리게 했던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작은 생명체들과의 에피소드, 너무나 조심스러웠기에 오히려 많은 소중한 인연을 놓쳐버린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모습, 궁상스럽고 초라해보일 수도 있는 짝 없는 이의 외로움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부분 등 작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 듯한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추억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작가가 어느 시점부터 여자처럼 긴 머리로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했던 이유가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도 모르게 눈물 짓게 되는 사연이었다. 

   순정만화 시리즈로 웹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던 강풀처럼 작가 와루의 앞으로의 행보도 무척 기대된다. 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게 할 만큼 정신 없고 피곤한 삶을 살게 만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느린 걸음으로만 얻을 수 있는 감동을 꾸준히 우리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멋진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 참, 한동안 음악에 심취했었다는 작가의 기타 연주와 노래하는 모습을 언젠가 한번 감상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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