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과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나는 과연 누구를 만날 것인가. 아직까지 내 인생에서 죽음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일, 교회 다닐 때 고령의 장로님이나 집사님들이 돌아가실 때 정도... 그리고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든든한 느낌을 주었던 교회 동생이 채 20대도 맞지 못한 채 사고로 죽은 일... 돌이켜 보니 내 삶의 주변에 이렇게 많은 죽음이 있었나 놀라게 된다. 최근 가장 놀랐으면서도 안타까웠던 죽음은 이제 나는 종교생활에 큰 활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나와 다르게 믿음 이후 선교사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인생을 기독교 신앙에 바치기로 했던 한 누나의 죽음이었다. 원래 지병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일이 있기 전까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터라 나는 미처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장례식장에 가서 누나 얼굴 한 번 보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후 같이 온 사람들과 자리에 앉아 이게 무슨 일인가 서로들 혼란스러워하며 고인에 대해 얘기하고 각자의 안부를 물으며 돌아온 후,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랑 많이 의견 충돌이 많기도 했던 누나라... 그녀의 죽음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것들과는 느낌이 남달랐다. 

   소설 '츠나구'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지닌 츠나구, 즉 '사자'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산 사람에게도 죽은 사람에게도 그 기회는 단 한 번으로 동등하다. 단 죽은 사람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의 선택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 책에는 네 가지 의뢰의 내용과 대대로 내려오는 능력인 사자의 역할을 이어받게 될 아유미라는 소년의 숨겨진 과거사에 대한 한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던 아이돌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혼란에 빠진 한 여인의 의뢰, 종가의 장남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살아왔던 아들이 내내 품어왔던 의문을 풀기위해 어머니를 만나려는 의뢰, 친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빠진 한 소녀가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 의뢰, 갑자기 사라져버린 연인을 7년 간이나 기다리며 힘들게 지내온 남자의 의뢰 등이다. 그리고 이 의뢰들을 할머니로부터 츠나구 역할을 물려받기 위해 일종의 수습과정에 있는 아유미가 담당하게 된다. 아직 정식으로 사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은 자를 불러내어 교섭한다거나 하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일을 하면서 아유미는 삶과 죽음,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를 만나는 일에 대해 깊은 생각과 고민에 빠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해봤다. 나에게 과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소설처럼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 온다면 누구를 만날 것인가 하는. 나에게 큰 행복을 줬던 사람? 큰 오해를 미처 풀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 가족? 친구? 인생의 스승? 글쎄... 생각해볼수록 지금의 나에게 이런 질문은 적절한 것 같지 않다.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지금 주어진 이 삶과 이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행동하는 것이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는 것이 진짜 효도라는 말처럼 아직 많은 이별을 경험하지 않은 행운을 가진 나이기에 이 기회를 헛되지 보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츠나구'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소중하고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주어서, 지금 이 삶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어서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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