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갓!
시릴 마사로토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잠깐 보다가 개인적으로 왠지 사이비 같은 느낌이 들어 얼마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던 기억이 났다. 인생이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을 때 내면으로부터 시작된 신과의 대화 내용이 그 당시 교회를 무식하게 열심히 다니고 있던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그 사람 나름의 깨달음이 신과의 대화라는 형태로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만큼 좁은 세계관 속에 갇혀 살고 있었다. 

   시릴 마사로토라는 작가가 '오 마이 갓'에서 묘사한 신의 모습은 굉장히 신선하다. 그다지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의 일생에 개입하여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고약하기 짝이 없는 장난을 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신의 모습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나 친한 삼촌처럼 친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계와 인류의 고통에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느냐는 항의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그대로 자신이 온전히 느끼고 있는 상태를 낱낱이 밝히면서 사람의 품에 안겨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느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독교나 천주교에 국한된 의미의 하느님이 아닌, 사람들의 행복한 마음이나 사랑에 의해 그 존재가 유지되는, 신보다는 그 신을 있게 하는 인간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하는 개념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쿨한 것이 신의 모습이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초월적인 존재에게 품고 있는 애증의 양면적인 감정은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찾아온 친구 같은 신,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이 되어버릴 한 여인과의 만남과 결혼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다가 찾아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고통, 방황. 절망으로부터의 회복. 무엇이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인지에 대해 좌충우돌하다 죽음에 이르러서 얻게 되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 '인류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신의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 것인가. '오 마이 갓'은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의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에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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