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큰 글씨 판 손안의 고전(古典)
황종원 옮김 / 서책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사서를 읽을 때 ‘대학, 중용’을 보통 먼저 읽는다는 설명이 많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사서를 번역하신 분이 시기적으로나 다른 사서들의 기본이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측면에서 논어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고 계시기에 ‘논어’를 과감히 집어 들게 되었다. 중국 고전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하지만 되도록 고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한자에 약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번역했다는 점 때문에 부담을 덜고 읽기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시거나 다녀보신 분들 중에 ‘포켓 성경’이란 것을 본 적 있으신지 모르겠다. 기존 성경의 부피와 두께가 일상적으로 휴대하면서 다니기에 불편해서 손바닥 사이즈 크기로 열 몇 권인가로 분리되어서 나온 성경이다. 나도 그것을 잠깐 들고 다니면서 본 적이 있는데 ‘손 안의 고전, 큰 글씨 판’으로 나온 ‘논어’를 읽으면서 나는 그 당시 읽었던 포켓 성경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공자의 행적과 발언, 제자들의 이야기 중심으로 엮인 논어에는 군자란 무엇이며 인, 의, 예, 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을 주로 전하고 있다. 성경을 읽다보면 이렇게 하라, 그건 안 된다 등의 단순한 메시지나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금방 받아들여지는데 어떤 것은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전하려는 의미나 교훈이 무엇인지 큰 틀에서는 대강 얼버무릴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종종 있다. 논어 역시 읽으면서 성경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공자께서는 다음의 네 가지를 근절하셨다. 억측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그렇다고 하지 않으셨으며, 고집하지 않으시고, 자기만이 옳다고 하지 않으셨다.’ - p.133


   최근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사소한 문제에서 고집을 피우는 바람이 큰 다툼이 있었는데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꼭 나한테 하는 소리 같아 절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사랑에 대한 몇몇 구절도 기억에 남는다. 


‘사랑할 때는 그 사람이 살기를 바라고 미워할 때는 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데...’ - p.193

‘사랑하면서 그 사람을 위해 애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 - p.230 

   이 밖에도 기억에 남는 구절들을 소개해본다. 


‘자공이 말했다. “저는 남이 저에게 강요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저 역시 남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공아, 네가 도달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 - p.70 (나는 왠지 이 부분을 읽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말로는 얼마든지 성숙할 수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들어가보면 결코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계문자는 세 번 생각한 후에 행동했다. 공자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두 번만 생각해도 괜찮다.” ’ - p.75
‘통달이라는 것은 바탕이 곧고 의를 좋아하며, 말을 살피고 얼굴빛을 관찰하며, 남에게 자신을 낮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 p.19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 삼백 편을 외우고서도 정치를 맡기자 통달하지 못하고, 사방에 사신으로 보내자 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웠다 한들 무엇에 쓰겠는가?” ’ - p.209
‘원헌이 부끄러움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도 녹을 먹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도 녹을 먹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 - p.227

   이번 기회에 중국 고전의 세계에 부족하나마 이렇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읽지 않았으면 언제 또 기회가 있었을지,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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