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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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람들은 참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철학과 사유의 나라답게 축구, 그것도 2006년에 벌어졌던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하나의 경기에서 다양한 철학적 명제를 가지고 이토록 복잡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다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전후반 90분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무려 2시간 이상 진행되는 게임 안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심판 눈을 속여 가며 오갔을 수많은 거친 언행들과 감동과 좌절의 순간들... 그뿐인가? 경기장을 둘러싼 수만 관중의 함성 소리에는 빅뱅의 순간을 떠올릴 만큼 엄청난 긴장감과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것만 같다. 

   애정과 분노, 좌절, 환희 등 경기장과 관중석으로부터 발산되는 온갖 희로애락이 서로 뒤엉키며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그 힘 속에서 작가는 사회와 정치, 인식 능력, 자유, 타인, 욕망, 노동, 의식과 주체, 언어, 예술, 진실, 시간, 정의와 법, 도덕과 의무, 종교, 권력이라는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명제들을 당시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벌어졌던 각종 장면들을 이용하여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지단의 박치기 사건이 관심 많이 갔는데 이는 정의와 법과 관련하여 다루고 있었다. 상황과 입장에 따라 정의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내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임마누엘 칸트와 가스통 바슐라르, 데카르트, 헤겔, 스피노자, 마르크스, 사르트르, 성 아우구스티누스, 루소, 플라톤, 니체, 파스칼... 축구와 관련하여 철학에 대해 쉽게 접근하도록 도움을 줄 것 같았던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바로 위의 철학의 대가들의 문헌을 참고하여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게 진행된다. 경기장의 분위기나 한 선수의 뛰어난 활약, 슛 하는 순간에 있음직한 인식의 변화, 경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에서 이끌어내는 언어와 시간, 욕망의 문제들 등...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헉!) 정말 차분히, 정독하고 생각하며 읽어야 될 책이다. 


   스포츠는 사회와 문화, 정치 등 사회 현상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특징을 담고 있어 작가가 철학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은 아이디어가 무척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엉뚱하게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단순한 스포츠 축제를 넘어선 민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했던 기적 같았던 축제! 이제 우리는 경제적 관점이나 축제적, 감각적 측면에서만 스포츠의 특성을 파악할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프로야구가 대인기니까 누군가 한국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대중이 외면하는 철학적 명제를 야구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해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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