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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인류의 기원, 세상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만사 구질구질한 인간사와는 차원이 다른,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밤하늘의 별, 우주를 동경하며 천문학자를 꿈꾸던, 세계의 모순을 너무도 일찍 파악해버린 그 어린 시절의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이유다. 소설 속에 나온 설정은 사실 새롭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지금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다양한 상상과 변주들은 이야기꾼들의 단골 소재다.
유럽 최고의 페이지 터너라는 찬사가 충분히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상상력을 흡입력 있는 문장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에피소드, 개성과 유머가 넘치는 등장인물, 열정과 꿈을 가진 남녀의 사랑, 느슨하게 풀어주다가도 깊고 팽팽한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로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소설의 앞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낮’을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낮’을 접하지 못했던 독자들은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기원과 우주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고고학자 키이라와 천체물리학자 아드리안의 모험은 점점 진실에 접근해가지만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위험한 비밀로 인식하고 있는 집단에 의해 시시각각 방해를 받게 된다. 결국 최초 인류의 비밀의 결정적 단서를 얻는데 성공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과 불안은 이들로 하여금 섣불리 그 진실의 조각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보류하게 한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져가고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갈수록 듣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역사는 점점 ‘왜’라는 질문에서 ‘어떻게’라는 수단적인 가치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해온 수많은 가설 중에 진실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전 인류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 그런 진실이. 정말 그렇기 때문에 비밀을 간직한 이들이 연막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도. 그런데 터무니없게도 어떤 거대한 세력이 자신들이 대대로 누려온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왜곡을 저질러온 것이라면? 아무튼 인류의 역사는 생각할수록 의문스럽고 신비하기만 하다. 도대체 인간은 왜 존재하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