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에디션 D(desire) 1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욕망은 이 사랑이란 것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도저히 하나로 모아지지가 않는다. 다양한 답들이 긴 역사를 통해 도출되었지만 그 중에서 보편적으로 용인되는 사랑의 형태가 있고 반대로 크나큰 지탄을 받는 것도 있다. ‘데미지’의 주인공들이 겪는 사랑과 아픔의 과정은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무난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오면서 그 이면에 억눌린 삶의 환희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어떤 계기를 통해 한순간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겪었던 깊은 상처로 인해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제 3자가 아픔을 겪고 삶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면 한 번 더 그들은 욕망을 자제했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들의 연인과의 만남을 통해 교과서 같은 삶을 살았던 주인공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게 되고, 그 여인도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력으로 인해 약혼자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이 소설이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지독한 외로움의 근원, 그리고 그 외로움을 위로해주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인 제도와 규범이 발전하면서 욕망의 분출 대상, 사랑의 방식에도 일정한 규칙이 생겼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아들의 여자를 사랑하고, 애인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현상이 인간이 감춰왔던 제한 없는 욕망의 한 측면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본능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왔다. 지켜야 할 것은 지켜져야 한다. 


   사실 진실한 사랑과 패륜적인 사랑은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형성된 윤리관 때문에 무엇은 옳은 것이고 무엇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일 뿐일지도. ‘데미지’를 통해 또 한 번 더 깊은 미궁에 빠져드는 것만 같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이며, 욕망과는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 모든 사랑은 다 고귀한 것인지. 생물학적인 욕망을 넘어선 이 사랑이란 감정을 좀처럼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파멸적인 사랑에 대해서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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