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숨겨진 심리학 -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
표창원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 드라마 CSI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부각시킨 범죄수사 시리즈물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은 약간 그 열풍이 식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범죄수사 장르는 팀 단위로 역할을 나누어 범죄를 해결하거나 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된 방식, 심리학적인 면을 부각하는 방식 등 다양한 갈래를 형성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 내가 한동안 유심히 봤던 드라마가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작품이었다.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기법과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된 작품인데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죄 용의자의 인상착의나 성장배경, 직업이나 주변환경을 추론하여 경찰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상대의 몸짓과 주변의 물건 배치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성향을 알아내는 프로파일러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넘어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이제 범죄수사나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사람이 가끔 미디어의 인터뷰이나 조언자로 등장해 얼굴을 알린 표창원 교수님이다.
이 책은 프로파일러들이 범죄해결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그들이 취하는 프로파일링의 기법들이 일반적인 상황,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를 설득하기 위해 준비하고 실전에 임하는 과정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상대 업체와의 협상을 앞두고 준비하고 대처하는 과정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책은 총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하나만 알아도 열이 보인다’에서는 프로파일러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설득이나 협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오류나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장 ‘상대의 히든 카드를 읽어라’에서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몸짓언어, 즉 눈빛과 얼굴표정, 손짓, 발짓 등을 통해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고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이미 상대방도 같은 지식을 갖고 있거나 경험이 많은 범죄자의 경우 역으로 속일 수 있다는 점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한다. 3장 ‘숨겨둔 진심을 끌어내라’에서는 예전에 읽었던 ‘카이로스’라는 책에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 즉 가장 성공적인 설득과 협상의 결과는 나와 상대 모두 만족할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끈질긴 인내와 함께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승리를 위해 거짓과 과장으로 상대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와의 교감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협력을 통해 쌍방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분노는 아무 득 될 것이 없으므로 적절히 감정을 조절하면서 상대와 공감을 이루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3장에서는 ‘라포’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내용이라 친숙했다.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은 즉 특정대상을 원활하고 깊이 있게 조사하기 위해 사전에 행하는 공감대 혹은 감성적 유대 형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용의자도 사람이므로 강압적으로 신문하는 것보다 인간적이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것이 진실한 자백을 받아내는데 용이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상대방과의 공감대를 형성했을 때 협상이 더욱 만족스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4장 ‘심리전의 주도권을 장악하라’에서는 겉으로 우세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을 따져봤을 때 더 우위에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심리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상대에게 더 많은 말을 하게 만들어 언뜻 보기에는 말을 하는 쪽이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도록 판을 짤 수 있는 방법이다. 역시 3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설득과 협상에 있어서 가장 훌륭하고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용하는 법을 다룬 책들을 보면 꼭 세상을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하는 생각에 답답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새 말과 행동이 보이지 않는 화살이 되어 주고받는 장으로 점점 정리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답답함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반가운 것은 이 전쟁터가 이기고 지는 싸움터라는 기존의 상식을 넘어 모두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이라는 참신한 개념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설득과 협상이란 서로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