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에서 세상을 기록하다 - 로이터 통신 뉴욕 본사 최초 한국인 기자 이야기
문혜원 지음 / 큰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초라는 말은 참 멋지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발견하는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최초’라는 명예를 갖고 있지만 ‘한국인’이란 이름으로 최초의 타이틀을 갖는 것은 색다른 감동일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무수히 접했던, 전통과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국제적인 언론사, 로이터 통신의 뉴욕 본사에 한국인 최초로 입성한 문혜원 기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기자의 꿈을 가진 순간과 한 단계 한 단계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의 고난과 시련을 딛고 성취한 가슴 뛰는 이야기부터 긴박감과 흥분, 설렘이 넘치는 월 스트리트의 현장감이 느껴지는 현재의 이야기 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식어가던 열정과 도전의 의지를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현명한 포기와 무모한 도전의 갈림길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기자의 길임을 확신한 저자는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한 국제기구에서의 안정된 생활에 안주하고 살기에는 그 열정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에 과감히 험한 가시밭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혹독하기로 소문난 한국의 수습기자 과정을 거치면서 연합통신과 로이터 코리아에서 기자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좀 더 큰 무대에서의 활약을 꿈꾸게 된다. 마침 로이터 통신 뉴욕 본사의 결원 공고를 보게 되고 월 스트리트에의 도전이 시작된다. 인터뷰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결정이 보류되고 이후 몇 달 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자신의 꿈이 월 스트리트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 저자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원래 목표에 정진한다. 금융위기의 거센 파도가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본사 입성이 결정되면서 저자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월스트리트의 세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특유의 도전정신과 열정, 끈기가 힘을 발휘하며 당당히 전쟁터와도 같은 세계금융의 중심에서 전 세계를 향해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경제관련 실황을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월 스트리트의 현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료함과 지루함이 허락되지 않는 뉴욕, 그중에서도 맨해튼에서의 삶을 전하는 부분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뉴요커들도 사람이기에 그들 역시 보통 사람들처럼 사랑을 하고 아픔을 겪는 등 그들만의 삶의 희로애락이 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일과 사랑, 자기 인생이라는 삼박자의 균형을 환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슈퍼우먼들의 이야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꽉 찬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인데도 그 모두를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꿈을 꾸고 일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뉴욕의 표정과 그 속에서 저자가 경험했던 외로움과 자유로움의 경계에서의 균형잡기, 뉴욕을 예찬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매력을 자기만의 시선을 통해 열렬히 전하는 글에서 인생을 충만하게 누리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외교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가능했던 저자의 인생이 무척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이기에 한편으론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것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이게 하는 삶의 자세에 있을 것이다. 이제 월 스트리트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꿈꾸는 저자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삶의 영역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꿈을 꾸며 열정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이 책, 정말 재미있고 보석 같은 삶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나와 같은 2, 30대 청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