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윤희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진리가 드러난다고 했던가. 그린란드에서 알래스카까지 북극권 12,000Km를 개썰매로 횡단한 탐험의 기록인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는 날짜나 지역, 썰매를 끄는 개,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위기와 극복, 행복의 느낌이 시종일관 반복되는 느낌으로 진행된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존경할 만하고 본받고 싶은 종류의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대한 북극의 빙원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썰매견들의 고군분투는 감동과 함께 우리 안에 실종되어 가고 있던 꿈과 열정, 도전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오로지 전진해야만 한다. 우울하고 마음이 무거워도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용기를 내어 전진해야 한다. p.111

   우에무라 나오미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존재감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삶 속에서 실천했던 그 비범함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큰 업적을 이루고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직 자기 마음의 만족을 위해서 달려왔다는 그의 고백은 주체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점점 부품화,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가. 이 북극의 대자연에 도전을 한다느니 정복한다느니 하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는 것을 깨우친다. p.137


   도전은 아름답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런 무모한 도전 때문에 고통 받는 썰매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을 인간의 빛나는 도전정신의 여정으로 봐야할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의 기록으로 봐야할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간에 의해 썰매견으로서의 운명을 지게 된 개들은 저자가 느꼈던 희열과 감동을 함께 느꼈을까? 단지 채찍을 휘두르고 먹이를 주는 인간을 주인으로 여기면서 어쩔 수 없이 동행한 것은 아닐까? 그들에게 여행의 끝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저자의 설렘과는 달리 지옥에서의 해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도 그런 점을 느낀 듯 했으나 어쨌든 그것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요구에 더 충실했던 셈이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에 읽는 내내 시달려야 했던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에이트 빌로우’가 떠올랐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남극에 남겨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썰매견들을 다룬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게 감동적으로 보였던 것이지 실제로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을까. 삶의 희망과도 같은 ‘코츠뷰의 불빛’이 보다 크고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와야 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볼 일이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꿈과 열정이라는 감정과 도전이라는 행위의 쓰임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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