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헴펠 연대기
세라 S. 바이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느낌표 선정도서이기도 했던 ‘내 생애의 아이들’이라는 작품과 집 안에서 옛날 책들을 뒤지다가 우연히 책꽂이에서 발견해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던 ‘따뜻한 학교’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두 편 다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사랑과 우정, 성장과정을 그린 교육소설에 해당하는 작품들이었는데 캐나다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18세의 어린 여선생님이 등장한다는 점과 경북 상주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갓 사범학교를 졸업한 여선생님이 등장한다는 점 등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작품들은 급격한 감정의 변화는 없지만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독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책읽기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소설들은 내게는 독서의 즐거움은 주지만 경험적인 측면에서 동조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일반적인 중고등학교의 과정을 거쳐 온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내가 보고 느꼈던 학창시절의 모습이란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다뤄지는 것처럼 낭만적이거나 달콤하다거나 미래지향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교육소설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단 말인가? 이야기니까 아름답게 표현된 거겠지, 식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미스 헴펠 연대기’의 장점은 앞서 내가 언급한 일반적인 성장소설 혹은 교육소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훨씬 솔직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슬쩍 넘어갈 수도 있는 내용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감한 시기에 가장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성 문제에 대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라든지, 교사 본인도 앞으로의 진로나 연애 문제 등에서 아직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여전히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내면의 모습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는 부분, 등장하는 학생들의 캐릭터도 적당한 성격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개성이 강한 친구들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잔잔한 가운데서도 보다 현실적으로 교육현장의 모습을 그려낸 것 같다. ‘미스 헴펠 연대기’는 성장 및 교육소설의 분야에서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