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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지식in 사전
조병일.이종완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2월
평점 :
요즘 들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오늘날의 세계지도가 갖춰지기 전의 무수한 다툼과 분쟁의 역사는 물론이고 최근 자원을 비롯한 각종 이권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나라 또는 그 이상 간의 물고 물리는 외교전을 바라보면서 역사란 정석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고 그 시대의 경제적, 문화적 힘을 쥐고 있는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우리는 유럽의 선진화된 정치, 행정, 복지 시스템에 대해서 동경하고 그에 대해 말을 많이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과거를 보면 짐승만도 못한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또 지금도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추악한 서양인들의 만행을 생각하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우리가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함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역사란 영역은 누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갈 수도 없고 따라가서도 안 될 치열한 생존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고 의심해보는 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사 지식in 사전’은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리 주목받지 않았던 사건이나 사례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역사의 색다른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내용 몇 가지를 들자면 먼저 네로 황제에 대한 오해에 관한 것이다. 기독교에서나 일반역사에서는 네로 황제를 추악하고 악마같은 존재로 그려내고 있지만 실제 사료를 보면 그가 다른 역대 폭군들에 비해 더 악랄했다는 증거도 없고 후대에 의해 왜곡된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독교가 문화의 주류가 되면서 반대의 악역, 즉 희생양이 필요했는데 하필 네로 황제가 본 모습보다 더 악한 존재로 그려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또 동방견문록의 저자가 마르코 폴로가 아니라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오히려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아시아지역을 여행했는지조차 의문시되는 점도 있다고 한다. 에펠탑이 오늘날 파리의 대표적 상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원래는 처음 건립 후 반응이 좋지 않아 20년이 지나면 철거하기로 했으나 라디오가 발명된 이후 전파를 송출하는데 필요한 안테나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남아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중세 여성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던 정조대가 19세기 영국에서 도덕적인 문제로 인해 남성용으로도 만들어졌던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단일한 사건으로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바로 그런 작은 일들이 큰 역사의 밑거름이 되거나 반대로 대세를 미묘하게 반영한 현상으로 나타난 것들이다. 위대한 점만 부각된 역사적 인물들의 이면에 있는 의외의 모습들, 진리와 정의를 표방한 지도자나 학자의 행동들이 알고 보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욕망과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형화될 수 없는 성질 때문에 역사란 것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더욱 깊이 관심 가져야 할 분야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가나다순의 사전 형식으로 쓰인 책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곁에 두고 심심할 때 색인을 찾아보고 눈에 띄는 부분을 골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역사에 대한 가벼운 지적 유희를 원하는 독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