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북투로 가는 길 - 서아프리카 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아가는 1,000킬로미터 여행!
키라 살락 지음, 박종윤 옮김 / 터치아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한비야 씨를 비롯한 여행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지탐험이나 도보여행에 관한 환상에 충만해 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큼 용기와 실천이 따라주지 않아 실제로 내가 한 여행은 도보여행으로 두 번 정도뿐이다. 한번은 경산 진량이란 곳에서 안동까지 1박 2일로 약 60Km 되는 코스였고 다른 한번은 구미 외곽에서 대구 지하철 2호선의 한쪽 끝인 문양이란 곳까지 역시 1박 2일로 대략 40Km 정도 되는 코스였다. 별것 아닌 흔적이라 하더라도 내게는 꽤 추억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지금도 항상 나 자신과만 동행하는 여행에 대한 열망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지만 언제 다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 안타깝다. 대신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나 달래주는 게 있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험 관련 다큐멘터리나 지금 이 글에서 소개할 책 ‘팀북투로 가는 길’과 같은 오지여행기일 것이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올드 세고우에서 팀북투까지 1,000Km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로고를 표지에 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부모의 밑에서 성장했지만 본능적으로 틀에 박힌 삶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여행의 영혼을 지녔던, 모험가이자 책의 저자이기도 한 키라 살락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글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치안까지 불안한 서아프리카 말리의 여행길은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고무카약을 타고 바다 같은 끝도 없이 이어진 강을 따라 목적지까지 노를 저어 느릿느릿 전진해가는,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위기의 순간도 많았지만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팀북투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용두사미’라는 그녀의 표현처럼 사람들의 환상과 기대에 부응하는 아프리카의 엘도라도가 아닌 퇴락한 현실이었다. 진정 소중한 것은 목적지에서 얻게 될 보상이 아니라 그곳에 이르는 여행의 과정을 통해 그녀가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적인 가이드라 할 수 있는, 18세기 후반 무렵 이미 그곳을 처음으로 여행했던 멍고 파크라는 탐험가의 흔적을 따라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은 비슷한 감상을 느끼면서 여정을 이어가는 저자의 경험과 느낌이 신기했다. 200년의 시차를 두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여행 도중에 아프리카의 열악한 정치적, 사회적 환경과 여성문제 등에 대한 저자의 시선도 볼 수 있어 단순한 여행기라 하기 아깝다. 눈으로 보는 다큐멘터리에서는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느끼듯 읽을 수 있는 ‘팀북투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묘한 매력을 가진 21세기의 탐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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