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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아론 랠스톤의 위대한 생존 실화
아론 랠스톤 지음, 이순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인생의 존재 이유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정작 이 ‘왜’에 대한 질문은 세상이 종말에 이를 때까지 결코 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일찍 파악한 지혜로운 사람들은 ‘어떻게’라는 측면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수없이 많은 불후의 명작과 후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이야기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죽음과도 같은 절망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 영웅적인 사례들은 특히 더한 감동을 준다. ‘127시간’이라는 책 역시 그러한 희망의 흔적들 중 하나다. 삶이 보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하여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아론 랠스톤이 택한 방법은 끊임없이 행동하고 삶 속에서 새로운 모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였기에 더욱 그러한 성향이 강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풍요로운 경험과 현재의 안정적인 삶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남들이 보기에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물질적으로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영혼이 자유로운 삶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천을 해야 한다’(p.256)는 책에 인용된 괴테의 말처럼 자신이 생각했을 때 가장 자유롭고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답을 알고 있었으며 실천의 단계까지 나아간 사람이었다. 이토록 멋진 사람에게 하늘은 이상한 시험을 치르게 하셨다. 모험 도중 협곡에서 떨어진 돌에 오른팔이 끼여 자칫하면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의 팔을 스스로 자르고 나올 수밖에 없음을 곧 알게 되지만 그런 결심을 하고 실천을 하기까지 그의 내면의 혼란과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다. 마음의 고통은 물론이고 당장 현실적으로 남아 있는 음식과 물은 얼마 남지 않았고 처한 상황 그대로는 며칠 버티지도 못할 최악의 상황이었다. 보통 사람이 만에 하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빠졌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과 함께 지난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진정 그의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한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떠올리면서 용기를 얻어 마침내 자신의 팔을 절단하고 탈출하여 구조되기에 이른다. 자유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강렬함을 경험한 그의 이야기는 이후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그가 이 사건을 아름다운 영적 경험이었다고 표현하면서 그 자신의 삶을 축복으로 여기고, 남은 자신의 삶 앞에 펼쳐진 무수한 기회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희망을 나누는데 쓰기로 한 마음가짐, 그 여유는 무엇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을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인 ‘작별을 고하는 일은 용감하고 감동적인 시작이 되기도 한다’(p.370)는 말은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가 과감히 잘라내기로 한 오른팔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인간을 짓누르는, 굳이 지고 가지 않아도 될 짐을 상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127시간’은 그저 내려놓기만 하면(그것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삶의 비밀을 아론 랠스톤이라는 사람의 경험을 통해 내게 알려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