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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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도시 ‘유메노’는 시종일관 언젠가는 탈출해야 될 정체되어 있고 지긋지긋한 곳으로,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들을 속이지 않으면 많은 돈을 벌기 힘든 곳으로, 신흥종교의 얼마 가지 못할 달콤함이라도 붙들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곳으로, 각종 비리와 오만과 더러운 뒷거래와 욕망이 뒤엉켜 있지 않으면 그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으로 가득한, 차가운 회색빛이 답답할 만큼 꽉 차 있는 색으로 수없이 덧칠되어 있었다.  

   ‘인도에 통행인은 없었다. 평소에는 울긋불긋 요란하던 간판들도 춥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모두 다 회색으로 보였다. / 그것 마치 이 도시의 색깔인 것만 같았다.’ (p.630)

   작품의 무대인 유메노는 합병한 세 도시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흥도시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다 잘 살게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시의 합병을 받아들였겠지만 서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하나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한 후 이 도시로 내려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이하라 도모노리는 지긋한 유메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현청으로 복귀할 봄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불필요한 지출이 많아지면서 생활보호 수급자를 한 사람이라도 줄이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던 도모노리는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원한을 사게 되어 목숨에 위협을 받는다. 여고생인 구보 후미에는 미래가 없는 자기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소녀다. 고3이라는 긴 관문을 눈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답답해하며 지내던 중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병약한 노인들처럼 속이기 쉬운 사람들에게 누전차단기를 사기로 판매하며 생활하던 가토 유야는 같은 회사에서 자신이 따르던 잘 나가던 선배가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난감해 한다. 호리베 다에코는 쇼핑센터의 비정규직 보안요원으로 근근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현세에서의 행복을 포기하고 내세의 행복에 모든 것을 거는 신흥종교에 마음을 의지하고 사는 중년여성이다. 신흥종교간의 다툼으로 실직하게 되고 종교의 한계를 목격하면서 곤란에 빠진다. 야마모토 준이치는 선대의 유산을 바탕으로 유메노를 넘어 더 큰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가진 시의원이다. 하지만 쌓여있던 여러 가지 비리와 부패에 의해 결국 자기 발목이 잡히는 결과로 치닫게 된다. 

   소설은 이렇게 제목이나 소설 속 도시의 이름과는 모순되는 인생을 살고 있거나 살게 된 다섯 인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겉치레와 물질문명에 빠진 현 세태에 대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도시 간의 병합의 목적은 경제적 부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합 이전의 지역 상권은 모조리 쓰러지고 범죄율은 높아지는 등 도시의 풍경은 점점 황폐해져 가고 만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다니던 교회가 다른 교회와 합병하면서 새롭게 부흥을 꾀하는 시기를 경험한 때가 떠올랐다. 초기에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서로의 신앙관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로 시간이 갈수록 합병 이전보다 규모는 커졌지만 내실은 형편없어진 과정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거나 방치한 채 당면한 표면적인 실적에 급급한 어리석은 처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 속 도시 유메노도 본질적인 문제는 망각한 채 자본주의와 효율성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성으로서 처음에는 그 화려함에 취해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부터 서서히 무너져가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우연히 일어난 하나의 사고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 결말 이후의 상상을 독자들이 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마무리짓고 있는데 긍정적인 여운을 남긴 인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묶으면서도 깔끔한 열린 결말로 이어주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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