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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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가족 중 한 사람만 남고 모두 사망한 사건을 가끔씩 뉴스를 통해 들을 때가 있다. 그 당시에는 마음이 아프고 살아남은 한 사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런 사건들이 생각보다 매우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고 죽는 것은 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자연의 순리, 만물의 이치이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어떤 일정한 삶의 균형을 깨트리는 죽음은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한동안의 삶을 우울하게 한다.

   소설은 행복했던 한 가족이 드라이브를 하다 불운의 사고로 모두 죽게 되고 유일하게 살게 될 한 소녀가 육체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가족과 친구들과의 추억, 자신의 삶에 대해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들과의 화목하고 행복했던 시간들, 남자친구와의 설레는 사랑,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와 처음에는 원수 같았지만 결국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이가 된 추억 등 그 당시에는 잘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기억들을 떠올릴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워낙 사교성도 부족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완벽히 처리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성격이어서 내가 만약 그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깊은 외로움을 일단 먼저 느낄 것 같다. 하지만 내게도 적으나마 분명히 존재했던 우정을 나눈 지인들, 무뚝뚝하고 평소에 속 깊은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한 적은 많지 않지만 나를 위해 울어줄 친지들을 떠올리고 그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내 영혼이 몸으로 돌아와 회복되고 눈을 떴을 때 밀려올 상실감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주인공 소녀는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고, 당장 그녀 곁에서 충분한 애정을 전해줄 애인과 친구가 있다 해도 쉽사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뒷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내년에 영화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도 자못 궁금하다. 

   아마 이 소설의 후속이 나오게 된다면 역시 친구와 연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일어서게 될 소녀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전해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있어서 우정과 사랑은 그 사람이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한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속 비극적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런 교훈을,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 확실히 배울 수 있는 지혜를 신께서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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