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의 최후
스칼렛 토마스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과연 이 책은 지적 액션 어드벤처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손색없는 엄청난 이야기였다. 방대한 양과 문학과 철학, 과학, 종교를 넘나들며 그 부분만 읽다보면 독자로 하여금 주눅 들게 하는 지식과 학문의 파노라마에 감탄해버렸다.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떠올리면서도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 매력적인 작품을 쓴 작가 스칼릿 토머스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이해하려 들면 낭패감에 빠질 수도 있다. 작품의 흐름에 나를 맡겨버리니 오히려 무척 흥미진진하고 스릴이 넘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련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라면 나 같은 부족한 독자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지적 황홀감을 맛보지 않으실까 부러운 마음이 든다.

   주인공 에어리얼 만토는 매력적인이기는 하지만 삶 자체는 그다지 볼품이 없는, 한 대학의 영문학과에 속한 여성이다. 하지만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지식과 학문에 대한 남다른 열정 혹은 집착으로 인해 의문과 소문만 무성한 ‘Y씨의 최후’라는 소설의 마력으로 이끌린다. 우연한 기회에 이 소설을 발견하고 읽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삶이 색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책에 나와 있는 특수한 약물을 직접 조제하여 먹은 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의식 세계 ‘트로포스피어’를 체험하게 되면서 인간의 의식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에의 열망에 더욱 깊이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이 책과 연관된 사안들은 만만하지 않다. 이 책에 담긴 비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전직 미국 정보요원의 추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에어리얼은 ‘Y씨의 최후’ 때문에 종적을 감춰버린 지도교수를 찾아 피하게 되고 이 책이 가진 위험성(다른 사람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고 심지어 조종까지 할 수 있는 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트로포스피어’를 통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책의 저자로 하여금 책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주인공의 순탄치 않은 삶, 등장인물들 간의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대화, 지적 사유의 전개, 스릴러적 요소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내용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품 속에 나오는 ‘트로포스피어’라는 의식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생각대로 이루어진다. 결국 주인공은 이 의식세계의 경계까지 나아가 완전한 지적 열망의 충족을 이루기 위해 현실 세계를 포기하게 된다. 괴롭고 초라한 현실을 벗어나 육체의 제약이 없는 마음의 세계로 떠나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 역시 그런 체험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그런 것도 있고, 답답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실제로 그럴 수 있다면 저주가 될지 축복이 될지? 추잡한 욕망이 아닌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미쳐야 미친다’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굳이 그런 의식의 탈옥을 감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생각이 복잡해진다. 아, 삶이란 정말 단순하지 않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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