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그려낸 꿈의 궤적
양방언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음악가 양방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또 늘 그랬듯 새로운 변화와 도전 앞에 희망과 포부를 밝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모님께서 그의 이름을 지어주실 때 이야기였다. 양방언이라는 이름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의미와 일본적인 느낌을 가진 한자들을 하나씩 담고 있고 한국식, 일본식, 중국식으로 읽는 법에 있어서도 각각의 멋이 담겨 있어 이름을 지으실 때의 그의 부모님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름 하나로 그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이 부분을 보면서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세련되거나 뭔가 의미가 있고 독특한 멋이 있는 이름이 불렸을 때와 정말 밋밋하고 심지어 놀림거리가 되는 그런 이름이 불렸을 때 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성장과정에서 상당히 심리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부모님의 센스에 감탄했다.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의 영향으로 음악을 접하기 시작한 때부터 그의 음악에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아버지의 뜻대로 의사의 길을 계속 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영혼을 울리고 이끄는 음악과의 만남은 어떠한 논리와 이성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말 그대로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 악기를 만지고 차례차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며 그의 삶은 더욱 음악으로 강렬하게 그리고 가깝게 이끌려 갔으며 그때마다 만난 음악적 동료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인연처럼 그와 친분을 맺는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이점에 있어서 양방언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의 첫 피아노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선생님은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진 분이어서 학창시절 밴드활동을 겸하며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던 그의 심적 어려움을 말 한 마디로 깔끔히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네가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지 않아. 네가 다른 곳에서 다른 음악을 하는 것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재즈나 록, 그밖에 멋진 음악이 많이 있어. 모쪼록 다양한 음악을 접해서 그걸 많이 흡수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아. 그리고 여기 오는 것도 그만두지 말고 계속해야 돼. 그렇게 하면 언젠가 많은 것들이 모여 음악으로서 결실을 맺는 날이 올 테니까.”

   피아노 선생님의 이 말은 양방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했고 이후 그의 음악적 궤도의 원칙처럼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음악을 표현하는 형식에 있어서 그의 열린 사고는 그를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고 고유의 위치를 가진 음악가로 성장해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인생에는 수많은 결단의 순간이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양방언은 심플하면서도 분명한 목표설정을 통해 지금 당장 해야할 것을 마치고 당당히 그가 하고 싶은 것을 취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가 음악을 하기 위해 일본의과대학에 시험을 치러 당당히 합격하는 과정을 보여준 예가 바로 그것이다. 또 그는 ‘스스로 확신만 있다면 가끔은 두 마리든 세 마리든 욕심내서 토끼를 쫓아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너무 무모하면 안 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결국에는 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면서 인생에 있어서 하겠다는 의지와 소망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졸업 후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결국 또 한 번 결심하게 된다.

‘그래, 지금처럼 무언가에 억눌린 기분은 결코 나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스로 선택해서 책임을 지자. 스스로 선택한다면 설령 실패해도 납득할 수 있고, 괴로워도 푸념이나 변명을 하지 않고 하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다른 사람의 탓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까.’

   미련없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그의 운명인 온전한 음악으로의 첫 걸음이었다. 이후 차곡차곡 음악인으로서의 경력을 쌓던 그는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항상 마음의 짐이었던 아버지와의 갈등을 그의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해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된다.

‘어쩌면 내 이름이 준 운명은 해외의 사람들과 음악을 하는 일일지도 몰라.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해야만 하는 커다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주 조금은 아버지의 의도에 가까워지는 것일 수도 있어.’

   이후 솔로앨범 활동, 한국에서의 영화와 영상, 게임음악 등의 활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아시아 문화와 음악을 접목한 대륙의 기상과 꿈과 미래를 담은 듯한 음악적 성취를 이뤄나간다. 자유로울 수 없었던 출신배경을 딛고 오로지 그가 의미와 열정을 느끼고, 하고자 하는 일에 전심전력하여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양방언의 삶이 변화, 도전, 열정, 꿈 등으로 요약되듯 그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해 거침없는 인생을 달려왔고 앞으로도 힘차게 달려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언제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그려질 그의 꿈의 궤적이 어떤 모양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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