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사 유키히라의 살인 보고서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2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생후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유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다. 무엇이 목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메시지로 경찰과 매스컴을 오리무중에 빠트린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아유괴사건은 소녀연쇄살인사건과 맞물리며 작중의 주인공은 물론 읽는 독자까지 더욱더 깊은 혼란으로 이끈다. 결국 사건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인물(이 인물이 과연 범인일까?^^)의 의미 있는 죽음을 위한 의지가 무너진 모성의 비극과 우연히 만나 뜻밖의, 하지만 운명과도 같은 전개를 보여줌으로써 끝맺는다.  

(작가의 전작 '추리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일본드라마 ‘언페어’의 뒷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장면전환이 빠르고 시원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대본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이미 드라마를 본 독자라면 시노하라 료코와 에이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쉽게 몰입할 수도 있고,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빠른 시점 전환과 전개에 매료되어 한 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듯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반 이후까지 도무지 범인의 의도와 유괴사건의 당사자인 어머니의 시원찮은 태도에 대해 궁금증만 유발할 뿐이지만 그것이 읽는 독자에게 답답함을 준다거나 늘어지게 하는 일은 없다. 진상에 근접해가는 여형사 유키히라와 동료 경찰들의 긴박한 수사과정이 실감나고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이력 때문에 주인공과 주인공의 딸 사이에 생긴 마음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질 가능성을 보인 상황을 통해 주인공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힌트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매력이나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는 재미도 크지만, 읽는 동안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어째서 이 세상은 공정하지 않은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가 등의 본질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unfair’라는, 드라마와 원어소설에서 쓰인 단어를 살리는 쪽으로 제목을 번역했으면 ‘살인보고서’보다는 좀 더 멋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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