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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치코 서점>은 얼핏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카시아 상점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곱 개의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이야기마다 ‘사치코 서점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발의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지닌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철로 변에 위치한 아파트나 이승과 저승을 잇는 신비한 가쿠지사(절) 등 작품에서 주요 배경이 되는 건축물들 혹은 상점가 자체가 화자로서 담담히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느낌도 든다.
인생은 참 신기하다. 어떤 때는 굉장히 애절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믿을 수 없이 끔찍하고 잔혹한 일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 있는가 하면 영혼 혹은 감정의 끌림에 의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 혼자 있어도 모든 것을 품은 듯한 충일감을 느끼는가 하면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모두가 별것 아니라 하는 것에 평생을 매여 고생하기도 하는가 하면 모두가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에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다양한 일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각각의 특징을 지닌 채 어울려 살기도 한다.
작품 속 아카시아 상점가는 바로 이 복잡하고 다양한 한 사람의 인생이나 사회, 혹은 세상을 확대하거나 축소시켜놓은 것 같다. 이 소설은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네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추억에 잠기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하는 안타까움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한적한 절을 지나 ‘아카시아 비가 그칠 때’를 들으면서 상점가를 거닐다 서점에 들러 험상궂지만 알고보면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주인 할아버지와 주류상점에서 사온 캔 맥주를 하나씩 들며 한담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스낵바에서 간단히 한 잔, 그리고 라면가게에서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집으로 오는 상상을 당분간 하며 지낼 것 같다.
~ 인상깊었던 구절은...
울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울어도 좋다. 하지만 실제로 지나친 눈물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눈물은 그 맛을 씹어가며 다시 일어서기 위한 것이다. 그저 우는 것이라면 개나 고양이도 할 수 있다. - p.132 '여자의 마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