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흔적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포옹하는 형상으로 남겨진 유해들이었다. 죽음의 순간을 함께하며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든 커플들의 형상은 내게 또 다른 감동이었다. 손을 꼭 잡은 모습, 부둥켜 안은 모습, 결코 분리되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지는 마지막 순간들이 내게 사람의 온기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암석 재료로 남아 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형상들 역시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가치란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사랑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름답거나 빛나는 느낌뿐만 아니라 기괴한 형상의 기록으로 사람들이 사랑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보여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죽었지만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 시신을 자리에 앉혀 여왕 책봉식을 거행했던 포르투갈의 페드루 1세의 이야기나 정조대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나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