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 노벨상 경제학자가 바라본 미국, 그리고 기회와 불평등
앵거스 디턴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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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 보면 경제학이 잘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비교 분석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리고 경제학이 거기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내용이다. 원서의 제목을 보면 더 분명하다. ‘미국의 경제학 : 한 이민자가 탐구하는 불평등의 땅’.


이 책은 먼저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벗어나게 한 시도로서 실증적 연구방법을 소개한다. 이 방법은 데이터와 경험을 근거로 한 과학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문화 특유의 반지성주의와 각종 이해관계의 역학으로 인해, 이 새로운 시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제대로 그 가능성과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어서 이 책은 미국의 의료시스템과 해외원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료시스템의 경우 효율적인 의료보험 제도의 운영을 통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면서 최대한 많은 미국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나 그 보험회사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즉 그들의 이익 때문에 터무니없는 방식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해외원조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민지원금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데, 쉽게 말해 기준을 일관적으로 적용하여 재정을 쓰는가, 아니면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선별해서 지원하는가의 문제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원조를 하는 나라보다 미국 내에서 경제적으로 더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는 지역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곳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역시 재정의 효율적 집행보다 당파적, 정치적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성격이 있어 실제 재정을 집행하는 목적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어서 소득의 불평등에서 시작해 이것이 인종 및 민족 차별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탐구한다. 그리고 불평등의 문제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아울러 연금 문제에 관련해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불평등이라는 문제까지 이어져 불평등이라는 이슈의 스펙트럼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일관된 문제의식은, 가진 자들이 그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폐쇄적인 시스템을 강화해 간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폐쇄성은 장기적으로 부자나 빈자, 중산층 모두를 괴롭게 하는 악수가 될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킨다. 돈은 원활하게 돌아야 하고, 사람의 형편은 누구나 더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그런 가능성을 아예 막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학으로는 그 답이 나올 수 없음을, 그래서 말미에 저자가 한때 경제학이 품고 있던 철학적, 윤리적 영역의 회복을 피력한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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