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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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고요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살기 위한 식물들의 몸부림은 보통의 시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식물의 역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초고속카메라가 필요하다. 그 영상을 통해 식물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글쓰기는 초고속카메라 또는 저속촬영카메라와 같다. 특정 사물이나 현상의 흐름을 저자의 시각에 따라 압축시키거나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경 작가의 『있는 힘껏 산다』는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과 아름다움,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정원을 꾸미는 일, 다시 말해 ‘가드닝’은 저자에 의하면 “몸을 사용하는 활동이면서 정신적 체험”(37쪽)이라고 한다. 명상, 휴식과 같은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꿈, 미래 등 자아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식물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식물은 뿌리를 내릴 때와 열매를 맺을 때 온 힘을 쏟는다. 일견 당연한 말 같지만 이게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꼭 필요한 일에만 사용하는 것은 숱한 경험과 어떤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순순히 해낼 수 없는 일이다. 타고난 감각으로 잘 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의 경우 식물과 함께 살면서 그 식물의 특성을 통해 이런 통찰을 삶에 녹여낸 경험을 들려준다.

이 책은 식물의 생명력을 면밀히 관찰하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싹을 틔운다는 진리를 전한다. 결국에는 자기다움,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드러내는 식물의 견디고 살아내는 성장 과정을 통해, 사람도 역시 인내하고 준비할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에는 글맛을 느끼게 하는 눈에 띄는 문장도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잔디의 향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향기는 영혼에 뿌리는 성수 같았다”(70쪽), 글자가 잘 읽혀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글자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85쪽) 같은 표현은 오랜 기간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 더 잘 살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그 매개가 작가에게는 식물이었던 것이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왜 자신을 해롭게 하는 독이 되는지, 삶이 재미없다고 느낄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왜 도움이 되며 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은 실속 있는 생활 팁이라 할 수 있겠다.

살아 있음의 의미와 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 “꾸밈없이 소박하고, 단순하며, 실용적인”(185쪽) 삶의 유익함을 책 곳곳에서 식물의 특징에 빗대어 가르쳐준다. 나도 저자처럼 꾸준히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나에게 있어 저자의 식물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는데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같은 엉뚱한 질문과 함께.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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