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현대지성 클래식 5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외 그림, 서창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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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주제나 내용이 워낙 유명하고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데다,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하이드를 여성 캐릭터로 만들어 흥미롭게 풀어냈던 코미디 영화도 있었다. 현대지성클래식 판인 이 책의 표지 디자인에서도 이미 이 소설의 기본 설정이 어떤 것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삽화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유명한 작품일수록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드물다는 묘한 법칙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주제나 설정, 대강의 내용이 잘 알려진 이 작품을 즐기는 방법은 직접 읽어보는 것일 텐데, 다시 말해 문장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서술되고 있는지 직접 맛보는 것이 오늘 이 시대에 독자가 이 작품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주요 화자는 변호사인 어터슨이라는 인물이다. 지킬 박사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또 친구로서 친밀한 관계다. 어터슨에게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고령인 지킬 박사가 죽음 이후를 대비해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는데, 그 내용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로 혈연관계나 그 어떤 직접적 연결 고리도 없는 하이드라는 젊은이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과 권리를 상속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의문의 사건사고가 이어지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살인사건까지 벌어지게 되고, 범인으로 하이드가 지목된다. 종적을 감춘 하이드와 그에게 모든 것을 상속하는 유언장을 남긴 지킬 박사는 과연 무슨 관계인가? 물론 독자는 이 시점에서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충분히 예상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 둘을 연결하는가인데, 현재의 상식에서 보면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전개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살았던 19세기 영국의 사회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면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특정 약물이 사람의 인격을 바꾸거나 분리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토대다.

함께 수록된 「병 속의 악마」, 「시체 도둑」, 「마크하임」 등 이 선집의 소설들은 모두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과 그것이 발현되는 과정, 그에 따른 양심의 가책, 죄책감, 죄에 대한 무감각함,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후회하며 파국으로 치닫거나 또는 뉘우침이나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는 방식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등 비슷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주제에 대한 작가의 다양하고 폭넓은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시체 도둑」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과학교양서인 『과학 잔혹사』(샘 킨 지음, 해나무 출판사)에서 그 실제 사례를 다루고 있기도 해서, 연결하여 읽으면 훨씬 흥미로울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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