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어두운 본성까지 포함된 에피소드들을 전해준다. 이야기들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그 내막이 자세히 전해지지는 않은 것들도 있고, 처음 들어본 내용들도 있었다. 이미 있는 재료를 다시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능력, 그리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저자의 글쓰기 능력이 돋보였다.
이 책은 먼저 과학과 노예제도가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가를 보여준다. 참혹한 노예선의 실상은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진 바가 있는데, 이 노예제도의 역사에서 적잖은 혜택 혹은 이익을 취한 이들 중에 과학자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리적인 딜레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용적인 이유나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합리화가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결합하여 빛나는 과학 발전의 이면에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얼마나 불편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있는지를 상기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