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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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항로가 개척되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경제 지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에 관한 뉴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도저히 개척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극지의 환경이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는 요인으로 인해 열리는 것을 보니, 근대 이후 인간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자연에는 슬픔이 서려 있다. 책을 시작하는 문단 가운데 지나가듯 이어지는 평범한 문장 속에서, 저자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의 본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묘사가 있었다.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의 한쪽 날개가 부러진 것처럼 연기하여 유인한다는 내용이었다. 단지 그 문장 하나를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에 슬픔이 갑자기 차오르는 듯 살짝 눈물이 맺힌다.

자연에 내재한 이 슬픔이라는 본질은 단지 슬픔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슬픔이 곧 위대함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위대함은 곧 희생과 사랑에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희생이나 사랑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이 보여주는 북극의 본질은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간이 덧칠한 인위적 가치의 비극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이기적인 판단이 개입함으로 지구에서의 북극의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왜곡되고 또 실질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무언가를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어떤 태도로 지식과 판단이라는 지적 기능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부각시킨다. 이 문제에 있어 서구 사회가 북극 지방을 대해온 역사는 수많은 영웅 스토리를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비극적 행태들이 있었는지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북극이나 오늘날 인류에게 끼친 피해도 막대하지만, 특유의 오만함으로 들이댔던 제국의 콧대가 여지없이 꺾이는 사태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차라리 쾌재를 부르게 되는 독특한 감각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서문과 아홉 개의 장, 나오는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1~4장에서는 북극의 대표 동물들의 생태를 통해 이 땅의 진정한 지혜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5장부터는 미지의 땅 북극에 인간이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진 사건과 저자의 통찰이 펼쳐진다.

대지와 동물, 인간이라는 요소가 차등, 차별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또는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상상할 수 있는 힘의 중요성이 곳곳에서 강조된다. 그 열쇠는 공교롭게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대지도, 원시적 강인함을 마음껏 발산하는 동물도 아닌,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보여주는 가장 큰 아이러니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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