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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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와 군사적 위협,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라는 복합적인 상황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지적으로는 이미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고, 전 지구적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상황들이 예년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인류는 왜 이전보다 더 팍팍하고 암울한 상태에 처해 있으며, 삶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거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과, 과거의 가치로 돌아가는 것.

문명을 성숙하게 하려는 노력이 옳은 길일까? 반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시도가 해답일까? 사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온전한 미래 생존 대안이 될 수 없다. 특히 두 번째 안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너무 낮다. 이미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문명인으로 살고 있는데 여기에 과거의 전통적인 또는 원시의 가치를 복원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이미 편리함과 효율성을 맛본 인간이 예전의 불편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위적인 사회구조 및 인간정신의 변혁 시도가 엄청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과학기술이 지금보다 몇 배나 더 발전한다고 해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나 제도적, 시장경제적 차원에서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앞에 두고 배리 로페즈의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억지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기존의 전통 질서의 붕괴나 자연세계와의 파괴된 관계, 또 실제적으로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한 지형의 파괴적 변형 등이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구는 여전히 그 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의 인식이 조금만 바뀔 수 있다면, 이미 수없이 시도해온 인간 중심적인 해법이 아닌,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연을 인격적으로, 지구를 동반자로 여기며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가능성을 검증해보는 것으로부터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노력의 성격을 바꿔볼 것을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전하는 저자의 개인사는 매우 참혹했지만, 그 어떤 비극 속에서도 자연이 저자에게 준 위로와 안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저자가 표현했듯, 개인의 비극은 한 개체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더 큰 맥락, 더 큰 이야기 속에 속해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할 때 극복될 수 있다는 경험적 진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인간이든 동물이든, 땅이든, 고유의 존재론적 가치를 지닌 주체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나아가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한 이 시대의 생존 문법을 목적론적으로 바꿔나가는 것만이 진정한 문제의 해법임을 이 책은 열렬하게 설파하고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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