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는 반항의 대상이 주로 신이거나 신을 배경으로 삼은 사상 또는 세력들로 나타난다. 사실상 신 자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그 권위를 덧입은 부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거나 고통스럽게 할 때 신의 존재나 권위를 부정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거대한 흐름이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인본주의적 파라다이스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 또 입증해 주었다. 신도, 인간도 부조리한 세계의 본질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야만의 시대에는 부조리의 현상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이성의 시대라고 자부하던 시절에마저 벌어지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혼란과 고통을 넘어 외부에 대한 반항, 폭력적인 성향으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이상과 자부심, 현실의 모순이 점점 병든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며 세상을 더욱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이나 처세를 정당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