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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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시들해진 것 같지만, 한때 범죄수사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미드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고, 특히 CSI 시리즈를 비롯한 유사 수사물들은 장기 시즌제로 돌입하면서 거의 팬들과 인생을 함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작품들이 있을 정도니 사람들이 얼마나 이 장르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이 있듯이,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기묘한 사건들보다 더 잔혹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각종 범죄의 성격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실제 현장에서는 보다 심각한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실에서든, 대중문화에서든 이렇게 범죄 수사와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개념들 중에 ‘과학수사’와 더불어 ‘프로파일링’이 손꼽힌다.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모든 범죄에는 나름의 이유 또는 논리가 있고, 이것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실제로 입증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파일링의 전문성과 대중적 인지도 상승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앤 울버트 버지스를 비롯하여,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범죄 심리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특히 성폭력을 비롯한 강력 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구분하여 체계화하고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통해, 범죄 해결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과정에 대해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프로파일링 기법은 기존의 인식에서 ‘비정통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는데, 1970년대 현상 이면의 비물질적,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감지한 두 인물의 선지자적 조치, 즉 ‘행동과학부’의 창설이 이 모든 일의 시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요즘의 관점인 데이터나 리서치보다 전통적인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이는 이후 오랜 시간 범죄 행동 이면의 과학적 심리 분석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앤 울버트 버지스는 바로 이 한계와 제약을 넘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법과학 및 정신의학 전문 간호사이자 해당 분야의 전문가(교수)로서, 성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대에, 성폭행 범죄와 관련하여, 가해자의 폭력과 잔혹성이 곧 ‘지배력과 통제력, 곧 권력을 과시하는 행위’임을 간파하고, 하나의 범죄가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범죄자의 과거 이력과 트라우마, 정서의 발달 과정과 깊은 정신적, 심리적 요인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이런 경력과 실력이 FBI 범죄 수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학문 영역에 머무르고 있던 프로파일링 분야를 현장으로, 즉 오늘날의 범죄 밑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토대를 세우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한다는 것은 곧 인간 심연에 대한 이해와 맞물려 있는 것과 같다. 인간의 본성이 오롯이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쉽게 결론지을 수 없다. 단순하다면 한없이 단순한데, 반면에 너무나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인간 본성의 문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명백히 드러나는 인간의 악함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이해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통제, 관리하고 보다 선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러한 노력의 역사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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