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페이스 - 과부하에서 벗어나 성과를 극대화하는 멈춤의 기술
줄리엣 펀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알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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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떠오르는 시간관리의 대표적인 이론이 떠오른다. 이른바 ‘아이젠하워 시간관리 매트릭스’라고 해서 일의 경중을 중요성과 시급함의 여부로 판단하는 시간관리 기법이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바쁨이라는 적에 대해 다룬다. 바쁘고 정신없지만 문득 돌아보면 알맹이가 없는 삶, 우리 시대의 일상은 보통 이 묘사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정지하는 것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전진하기에만 익숙한 세대. 그러나 이런 삶의 패턴은 삶을 점점 지치게 만들고 결국 모든 것을 혼란스러운 상태로 몰아간다.

이 책은 줄리엣 쇼어가 말한 개념을 인용한다. “수행적인 바쁨”이다. 적절한 표현이다. 우리는 바쁘게 사는 것이 의무, 꼭 해야 하고, 만일 그렇지 않으면 실패했거나 별 볼 일 없는 인생인 것처럼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이것은 근대 이후 인간에 대한 물질론적 관념에 근거한 노동 윤리일 뿐, 노동하는 인간의 참 가치를 드러내는 가치관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책은 사람에게 있어, 특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에 비유했다. 무언가 제대로 활활 태워야 하는데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 타다 만 어정쩡한 상태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의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을 하는 데 있어 ‘생각하고 일하고 휴식하는 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곧 생산성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다양한 문장으로 변주한다. 그중 하나가 “멈춤을 실천하면 일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멈춤이라고 명명한 이 기술은 “활동량과 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표현과 맞물려, 여백과 같은 시간을 두고 깊이 고찰하는 시간이 결과적으로 무작정 일에 올인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임을 알려준다.

곧 ‘멈춤과 고찰의 시간’은 산소를 공급하는 것, 다시 말해 재능에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 여백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화이트 스페이스’다. 이는 다시 말해 ‘과제 없는 시간, 발현되지 않은 잠재성이 담겨 있는 공간’으로, 흔히 하는 말로 ‘두 걸음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와 같은 유연한 노동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말하는 화이트 스페이스, 멈춤, 휴식은 미치 반스라는 인물이 말했던 것처럼 방종이 아니다. 차분함, 효율성, 창의성이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고급 기술이다. 화이트 스페이스는 “우리 손에 닿는 무엇이든 고양시키게 하는 힘”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행동을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그 의도를 품기만 해도, 변화는 일어난다는 저자의 주장이 우리나라 전반의 노동과 삶의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다면 얼마나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 본다. 하지만 고착화된 사고방식과 노동 환경이 그것을 얼마나 허용해 줄 수 있을지, 암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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