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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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담는 메인 그릇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책에서 화면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지 오래다. 좋은 책은 책 너머 다양한 문화 소통 수단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일 테고, 좋은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책을 펼치게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감각적으로 소모되기만 하고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 기사에서 유튜브의 시청 시간에서 70% 이상이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로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영상 콘텐츠 자체도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된 형태의 지식이나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 그마저도 몇 십초짜리 영상에 밀려나고 있는 처지라니, 세상이 점점 어떻게 되려는지 예측불가다. 이제는 정말 책과 인문학의 위기가 도래하는 걸까?

하지만 책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가 그렇게 많이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고, 또 효율과 이윤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인생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의로운 영화수업』은 이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다양한 문화 소통 장치 중 대표적인 ‘영화’를 통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살피고 생각해보는 모범적인 활동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함께 읽으며 생각해볼 내용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스템인 자본주의, 그리고 앞으로의 인류의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과학 기술, 요즘 부쩍 미디어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환경 위기, 1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더 피부에 와닿는 전쟁의 고통,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류가 정말 제대로 된 문명사회를 이룩한 것이 맞나 의심하게 하는 인권 문제까지 하나도 빼놓을 내용이 없다.

이 책의 구성은 해당 영화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한 후, 함께 보면 더 좋은 영화를 소개하여 영화 보기의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를 토론 논술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학습 틀을 제공한다.

어떤 예술 장르든 그 시대의 가치관과 유행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이나 개념을 제시하는 예술 행위가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예술은 그러한 경향을 갖고 있고, 가장 대표적인 장르가 ‘영화’다. 때문에 영화는 단지 시간 때우기나 오락거리로 소비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시간을 더욱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저항 역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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