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장의사(납관부)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삶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에세이처럼 읽혀서, 마치 소설과 에세이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완전한 소설도 에세이도 아니지만, 소설로서도 에세이로서도 독자에게 읽는 맛과 메시지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줄 것 같다.
주인공은 삶에 특별한 의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대학을 돌연 그만두고 주점을 열거나 유명한 문학인의 권유를 받고 쓴 첫 소설이 좋은 평가를 받아 소설가로서의 삶을 뜻하기도 했으나 결국 자신이 바라던 삶을 이루지 못한다. 불안정한 가정 상황에서 아내의 불만과 호소로 앞길이 막막하던 차에, 우연히 사원 모집 공고를 보고 일을 하게 된 곳이 바로 장례 업체였다.
지인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쉽게 밝힐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가도, 이 일을 해나가면서 점점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에 이르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인식의 변화를 돌아보는 일종의 에세이 같은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지적인 만족감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