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이라는 단어의 느낌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게 되는데, 사실 역자에 따르면 이 용어는 ‘즐거움’으로 번역되어도 무관하다고 한다. 에피쿠로스가 ‘참된 쾌락’과 ‘방탕함’을 구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쾌락보다는 ‘즐거움’이 더 적절하며, 행복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는 즐거움의 관점에서 에피쿠로스 철학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합당하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적 유물론자였다고 한다. 영혼, 신과 같은 개념을 물질적 관점에서 파악했다. 당시의 보편적인 세계관에 비추어 보면 그의 사상은 오히려 급진적이고 오늘날에 더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참된 지식을 통한 마음의 평정을 의미하는 ‘아타락시아’, 소박하고 지속가능한 쾌락을 누리는 ‘아포니아’라는 개념을 지향했다. 이런 특성은 오늘날 과도한 소비지향적 문명이 초래한 위기에 대한 주요 해법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