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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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며,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 등의 인터넷 플랫폼이 얼마나 파괴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조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언론이 현실의 극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더불어 공공영역의 문지기 역할을 겸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언론이 살아남아 계속 진실을 전하고 그 중요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활동으로 파생되는 신뢰와 연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가능성이 계속 생산되고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대중 가운데서 서사를 통제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반기를 들거나 손해를 끼치거나 의심하는 움직임은 억압하려 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늘 권력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한국의 주요 언론 매체가 얼마나 저널리즘 본연의 정신을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언론 분야 자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고,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모기업의 간섭에도 꿋꿋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언론사가 과연 있을까?

저자는 언론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의 사명은 앞서 언급했던 권력의 서사 통제에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이 전하는 정보의 많은 부분은 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저항하며 사회 변화를 도모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정의감과 책임감, 연대성을 증폭시켜나가는 것이 바로 언론인이 지향해야 할 요소들이다.

저자는 한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로 살아남느냐 아니냐는 언론의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언론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 자세히 다루고 있지만, 우선 저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인터넷을 활용한 혁신적인 언론 활동으로 두각을 보이던 저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효과를 엄청나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소셜 미디어들의 행태는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 여기에는 한 번의 클릭이 수백만 번 공유될 수 있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특성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마케팅 도구로서의 기능이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권력자들도 이 효과를 알아채고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허위 정보는 큰 산업이 되었다” 거대한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재밌어요” 이런 말을 한 사용자는 애초에 커뮤니티 형성에 큰 흥미를 보이며 소셜 미디어 활동을 했는데, 결국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에 해당하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광고업자들과 연결되어 자신이 형성한 커뮤니티를 큰 수익 모델로 만들었고, 이내 특정 정치인의 거짓 선동을 포함한 선거 운동에 투입되어 결국 허위 정보망을 형성하여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크게 일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은 저자가 그 영향력과 폭발성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소셜 미디어의 타락을 낱낱이 고발한다.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대중에게 영향을 미쳐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다양한 사회학적 이론과 심리학적 연구들이 디지털 중독, 선동 등을 획책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분노와 혐오, 편가르기가 인간 본성의 원초적인 욕망을 이끌어내고, 대중들은 큰 의심 없이 거기에 편승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매트릭스의 인간 건전지처럼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력이 인정되어 2021년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인간을 상품화하는 것도 모자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최적화된 수단으로 변질된 소셜 미디어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물음이 떠오른다. 나는 과연 이 착취적 매트릭스에서 자유로운가?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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