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결이 다를지는 몰라도 이렇게 시간을 아끼거나 단축하는 행위가 시대의 특징처럼 느껴진다. 어느샌가 ‘가성비’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본적 사고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든 돈이든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싶다는 것, 여기에서 핵심은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것이 ‘소비’의 관점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작품 감상에서 콘텐츠 소비로” 예술 작품이나 대중적인 창작물을 대하는 대중의 속성이 변화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
대중의 성향이 이렇게 바뀌니 콘텐츠 제작자들도 거기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여 작품을 생산한다. ‘빨리 감기’로 봐도 좋고 ‘건너뛰기’로 봐도 무리 없는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영상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조금만 길어져도 읽지 않는 인터넷 뉴스 기사들, 일상적인 글도 약간의 생각을 요구하면 외면당한다. ‘세 줄 요약’이라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