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인문학 - 외우지 않아도 영어와 교양이 쏙 들어오는
고이즈미 마키오 지음, 곽범신 옮김 / 로그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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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TV 프로그램에서는 크게 느낄 일이 없는 편이지만,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청소년들이나 젊은 세대의 대화, 또 인터넷상에서 오고 가는 언어 현상에서는 신조어나 줄임말 등 정형화된 언어 체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금방 이해할 수 없는 표현들이 난무한다. 또 통신기기에서 입력 장치를 사용할 때 효율성과 즉흥성, 오락성 등이 반영되어 일반화된 이모티콘도 있다.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도구 중에 소위 말하는 ‘스티커’ 기능은 말보다 더 감각적인 정서 전달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화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언어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그런 언어의 변화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사고력이나 문해력 등은 점점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최신 기술이 반영된 기기를 사용하거나 최신의 기법이 사용된 문화 콘텐츠 같은 것들을 볼 때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그 이면에 담긴 의도나 방향 같은 것까지 읽어내는 것은 불필요한 일로 여겨지고, 그에 따라 지적 능력의 비대칭 성장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도 특성화된 능력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언어 활용이나 이해 능력은 점점 개인 간의 격차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접하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개인의 일상, 업무, 문화 생활 등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풍요로운 삶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영단어 인문학』 같은 책들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언어에는 역사와 문화, 사회상, 사람들의 정서가 집약되어 있다. 한국어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정서가 녹아 있고, 일본어에는 일본의 정치와 사회, 경제의 특징이 언어에 녹아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언어인 영어라면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지식이 담겨 있을 것인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탐구를 하다 보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이 분야에서 길을 닦아온 고수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준다. 저자인 고이즈미 마키오 씨는 스스로를 영어표현 연구가라고 소개하는 영어 덕후다.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대중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온 지식인으로 보인다. 이 책도 그런 경향을 보여준다. ‘영단어 인문학’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정 단어에 담긴 의미가 어떻게 지금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추적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정말로 좋아하고 질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열정이 느껴진다.

방대한 언어의 세계에서 독자들에게 즉시 도움이 되거나 흥미를 끌만한 7가지 주제로 내용을 채웠다. ‘로봇’이란 단어의 어원이 체코어의 강제 노역이란 뜻에서 왔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의미로 승화될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니코틴’이나 ‘실루엣’, ‘단두대’ 같은 표현이 특정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동식물과 관련해서는 ‘민들레’가 사자의 이빨이라는 의미였고, ‘카멜레온’은 땅 위의 사자라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상과 연결되어 흥미를 일으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 한때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던 꼬꼬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영어교양서가 떠올랐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정서까지 익힌다는 개념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너무 기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의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책들이 좀 더 널리 읽히고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의 소재로 활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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