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처럼
이지현 지음 / 지우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똘레랑스’, 즉 관용 문화다. 관용이란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공존해야 할 존재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이 개념은 한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홍세화 선생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와 같은 저서 및 다양한 인터뷰들을 통해 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의 프랑스를 보면서 그들이 자랑하던 똘레랑스 문화가 많이 퇴색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가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그 근간에는 더 큰 원동력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바칼로레아’, 다시 말해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된 경험을 소개한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수업 과정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입학식이나 졸업식도 없이 그에 해당하는 날도 그저 심플하게 수업만 하고 마는 식이다. 그런 프랑스의 학교생활에서 저자가 경험한 것은 프랑스에서의 고등학교는 지식과 교양을 쌓는 배움의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프랑스 사람들은 어느 학교를 다녔냐고 묻지 않고 무슨 공부를 했는지 묻는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학교나 명문 학교의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학연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프랑스에는 정해진 교과서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고른 책으로 공부하고 그 내용으로 수업 시간에 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철학의 근본 자체가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 프랑스 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든다.

프랑스 교사들은 수업만 한다는 부분도 주목되는 내용이다. 수업과 행정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니 교사들이 다른 데 신경 쓸 필요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수업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 때문에 두 배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 교사들의 처지가 얼마나 낙후된 노동 조건 하에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프랑스의 체육 수업을 소개한 부분은 남녀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교육하는 데 있어 국가가 교육 정책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체육 수업을 매우 중시하며, 바칼로레아에서 내신이 반영되는 유일한 과목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프랑스가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프랑스 학교 수업의 기본 컨셉은 수업의 논제에 따라 학생 각자가 알아서 정보를 찾고 공부하며 토론을 대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수업의 주인공이 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은 그런 학생들의 토론이 어긋난 방향으로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질문 등을 통해 조절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 이상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프랑스 교사들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었다.

프랑스 교육이 가진 강점, 그러니까 최고의 효과는 사고력의 증진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정해진 답만 찾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문제를 접하면 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는 교육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고력의 증진이란 다시 말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는 것, 이것이 프랑스 교육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프랑스에서의 유학 시절에 고생하며 공부하고 훈련했던 시간의 진정한 효과를 체감했던 때를 알려준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사는 가운데, 어느새 “생각을 기르고, 생각을 디자인하고, 생각의 밝기를 높여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이 책은 프랑스 교육의 다양한 특징과 장점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장 우리 교육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과 함께 또 그들의 교육관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프랑스나 북유럽의 교육 시스템이 시사하는 바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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