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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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이란 지, 정, 의를 모두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전인교육을 강조하긴 하지만 그 단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명의 전인적 인격을 기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인재 하나를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들이는 비용이 얼마나 많은가? 그에 비하면 사회가 바른 의식과 태도를 가진 전인적 시민 한 사람을 기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안타까울 지경이다.

한 사람을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지만,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 관계는 대체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원하는 일을 이루고자 할 때 필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얻기 위해서 배워야 할 기본적 지식이 있다. 『사람을 얻는 지혜』는 17세기에 나온 책이지만 오늘날까지 응용할 수 있는 탁월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그 지식을 제공한다.

이 책의 특징은 정석적인 조언과 현실적인 조언이 적절히 섞여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위대함을 만드는 지식과 용기의 미덕 같은 내용은 따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동의하고 지향하는 바이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당신을 매달리게 하라’ 같은 경우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으로서 인간관계가 이상적인 방법으로만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에게라도 배울 점이 있으며, 그렇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지혜자라고 할 수 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는 본받을 점을,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는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감각은 지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그런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하나라도 배울 수 있는 사람과 교제하라는 것이다.

“책의 가치를 두께로 평가하지 말라”는 명제도 눈길을 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적절하다. 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간결한 내용들로 핵심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두께로만 그 가치를 파악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 일에 신경 쓰느라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은 오늘날 꼭 필요한 지혜다. 예나 지금이나 온전하게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심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은 그것이 더 심하다.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더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말만 하는 사람은 바람과 같이 허무하다”는 가르침도 주목해야 한다. 요즘은 말 잘하는 것도 돈이 되는 시대다. 그런데 이에 대해 겉만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실속이 없다. 말조차도 논리적이지 않고, 근거도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공허한 언어의 잔치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모순되지 않는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가르침이다.

이 책은 각각의 가르침이 한 페이지 내로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덜하다.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목차를 보며 관심이 생기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격언집과 처세술 책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전으로서의 지위를 갖추었다. 오랜 세월을 겪어내고 우리 앞에까지 온 이 지혜가 독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삶의 지평을 보게 해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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