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믹스 - 경제학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지음, 박홍경 옮김 / 세종연구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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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회의 특성을 정량화하고 예측 가능한 이론 안에 묶어두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 뉴턴으로부터 비롯된 기계론적 세계관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과학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인간이든 사회든 이론에 딱 맞아떨어지는 개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모든 세상의 존재와 개념이 절대적 기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비밀이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경제 또는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행동주의 경제학’ 또는 행동경제학은 겉으로 드러난 인간의 행동과 표면적인 심리적 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경제 활동의 원리를 온전히 설명하고 경제적 인간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내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시 과학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행동주의 경제학도 하나의 유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만 남겼을 뿐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휴머노믹스’라는 용어의 뜻은 ‘인간의 자리를 남겨둔 경제학’이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영과 인문학, 마케팅과 인문학,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는 자주 접했던 것 같은데, 막상 경제학과 인문학을 연결시킨다는 발상은 다소 낯설다. 경제학계 내부에서 ‘경제학은 과학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존재해왔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기도 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과학의 범주에 넣고 싶어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이 지나친 나머지 경제학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축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제학은 경제에 국한된 학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행동주의에 한정할 수만도 없는 것이 경제의 특성이다. 현대 경제학의 가장 큰 실책은 인문학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무시했다는 말”이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분야와 직종을 막론하고 소득의 4분의 1이 듣기 좋은 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는 부분인데, 그만큼 수치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체가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의 생존 전략과 실행에서 나온 것인데, 어째서 주류 경제학은 경제에서 인문학이라는 개념을 떼어내고서 다시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책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과학과 인문학의 요소가 모두 융합되어야 온전한 형태의 경제학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다음과 같다. “오만한 무지, 지적인 자급자족에 맞서 상식이 널리 통용되고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이 이뤄지기를 기도하자” 이 멋진 기도문은 비단 경제학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학문이 원래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별 학문의 진정한 잠재력은 자유로운 교류와 발상, 언제든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에서 폭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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