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 노벨 경제학자들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생존 경제학
조원경 지음 / 페이지2(page2)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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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란 무엇일까?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되는 경영학이나 마케팅, 유통과는 확실히 그 범위가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경제학을 금융과 재정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경제학의 본질을 추적해 올라가 보면, 경제라는 개념은 단지 돈의 흐름이나 재정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의 영어 단어인 economy의 어원이 ‘집안 관리’, ‘검약’ 등 우리의 ‘살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면, 경제학은 인간의 삶의 기본적인 조건과 나아갈 방향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경제 문제가 주로 재테크나 환율, 물가, 인플레이션에 집중되어 다뤄지다 보니 더 큰 틀에서 경제학을 다루거나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학자들조차 자신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경제학자들의 본질적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지혜를 저자인 조원경 박사가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란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은 먼저 폴 새뮤얼스의 행복 방정식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행복이란 간단한 공식으로 설명된다. 바로 ‘욕망 분의 소유(소유/욕망)’이다. 이것을 현재의 버전으로 저자가 변화를 준 것이 ‘기대 분의 실현(실현/기대)’이다.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이끌어낸다. 왜냐하면 욕망에 대비한 소유의 정도, 기대치에 대한 실현의 정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 개인의 행복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하여 분수 이상의 희망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일 수 있다는 논리다.

빈곤 극복 문제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에스테르 뒤플로를 소개하는 장에서는 국가의 개입이라는 문제를 다루는데, 여기서 국가는 신뢰자본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단지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차원에서가 아닌, 정신적 유대감이 있는 풍요로운 사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있는 사회를 강화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며, 시장의 기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기부와 배려가 일상화되는 사회적 기틀을 만드는데 제도적 뒷받침을 제공하는 것 등을 제시한다.

이 책을 보면 시장이 꼭 금전거래만 오가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앨런 로스의 매칭 이론의 사례로 신장이식 혹은 장기 거래 시장의 설계 과정을 보면서, 시장은 원래 서로가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장소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돈이란 그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요긴한 수단인데, 역사상 점점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것이 하나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경제학이 윤리적이고 사회학적인 맥락과 상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슴 따뜻한 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진 아마르티아 센 박사는 경제 발전의 본질은 인간의 자유 증진에 있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배경을 가진 경제학은 자본과 성장률이 아닌,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지향한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얀 틴베르헌의 이론에 따라 올바른 우선순위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 그리고 목표와 수단의 균형을 고려하여 경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점점 더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보편적인 견해는 시장과 정부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국가주의의 획일성과 시장만능주의의 병폐를 확인한 바 있다. 이 책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이 둘 다 중요하며, 이 가지 경제 주체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만 건강한 경제 정책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실행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적어도 시민의 관점에서 국가의 경제 정책과 경제학자들의 발언들이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교양 지식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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