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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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사람의 캐릭터가 형성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바로 환경, 그중에서도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그 사람의 삶보다 주변 인물들이다 당시의 상황이 더 흥미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 본인도 뛰어나고 매우 훌륭한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그의 자서전을 통해 볼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은 그의 할아버지인 토머스 프랭클린이다. 그는 신중한 성격과 탁월한 판단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마을에 분쟁이 일어나면 종종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의 일화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는 사람들을 식사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곤 했다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에 대해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이런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지적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것은 평소에도 선하고 정의로운 것, 합리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는 그의 삶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결과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히 엄청난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어른다운 어른을 보기 힘든 어린이들의 형편이 안타까울 뿐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기독교 대표 고전 문학 중 하나인 ‘천로역정’의 작가 존 번연이 책에 서술과 대화를 섞어 쓴 최초의 작가라는 프랭클린의 발언이다. 그게 정말 사실인지 바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런 저술 방식이 17세기라는 늦은 시기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흥미로운 부분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공적인 영역에 관심을 넘어 직접 참여하기 전까지의 인생 궤적이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바로 항상 지식, 책, 토론, 글이라는 삶의 도구들을 늘 가까이했다는 점이다. 그의 젊은 시절 직업이 주로 인쇄업에 집중되어 있었고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어떤 도덕적, 정치적 주제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았고, 필요하면 논문 형식의 글을 써서 꾸준히 지면에 발표하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은 타고난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앞서 언급했듯 타고난 본능에 할아버지의 공헌이 컸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후 그의 정치 인생에서도 볼 수 있듯, 그의 삶은 도전과 성취, 공공의 유익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수놓아져 있다. 그의 인생 후반기는 정치가이자 외교관, 저술가이자 과학자로서 대중의 시민의식과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회원제 공공도서관 설립을 주도하며 당대의 많은 시민들에게 단순한 오락거리로 취급되던 책읽기를 교양 육성의 도구로 전환시킨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업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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