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캐릭터 300 - 나도 한번 그려볼까? 이지 아트북 시리즈
리즈 헤르조그 지음, 유민정 옮김 / 그린페이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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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 등의 만화를 즐겨 보았고, 몇몇 장면들을 곧잘 따라 그리면서 한동안 만화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혼자서 공책을 찢거나 백지를 반으로 접어 만화책을 만드는 흉내도 내본 적이 있다. 당시 보물섬이나 소년챔프, 아이큐점프 등의 만화잡지가 유행했었다. 거기에 나온 다양한 코너들도 흉내내어 그렸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만화가를 꿈꾸던 소년의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이후에도 종종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를 해보았는데, 아쉽게도 이게 꾸준하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나름 재능 있었다고 판단되었던 그림 실력도 점점 떨어진 것 같다. 지금도 뭔가를 집중해서 따라 그리면 비슷하게는 표현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새롭게 그려내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래도 예쁘거나 멋진 풍경이나 인물, 동작, 형상을 따라 그리면 어렸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300』은 글이 거의 없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결과물이 한 페이지에서 완결되는 구성이다. 인물과 인물의 동작이 거의 대부분이고 동물 같은 것은 어쩌다 한 번씩 등장한다. 말 그대로 따라 그리기 딱 좋은 구성으로 기획된 캐릭터 드로잉 책이다. 전문적인 설명이 아니라 느낌대로,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도 캐릭터를 그리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편집이다.

예시가 300가지나 되다 보니 따라 그리다 보면 어느새 보지 않고도 몇몇 동작은 자유롭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소년, 소녀, 운동선수, 아이돌, 기사, 중학생, 고등학생, 엘프, 인형 등이 있고, 서러움, 윙크, 분노, 놀람, 짜증, 불만, 두려움, 울음, 비웃음, 슬픔 등 감정 표현의 예시도 풍부하다. 특정 직업의 특징을 묘사한 그림도 제법 있다. 발레리나, 악사,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화가, 파일럿, 우주비행사, 카레이서, 기타리스트, 동물로는 너구리, 고양이, 상상의 동물인 용 같은 것도 있다.

따라 그리게 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보통 시중에서 파는 애니일러스트화보처럼 화려하거나 세심한 터치를 볼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아마 따라 그리기보다는 감상하다가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림들의 선도 굵고 색채도 최대한 쉽게 구성한 것 같다.

이 책은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치를 높인다. 책을 만든 사람과 읽고 따라 그려보는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의 절반은 독자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해두었다. 따라서 이 책을 처음 사볼 때는 책의 반이 비어 있는 상태다. 그 나머지를 채워가면서 작가와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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